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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의 해가 밝았다. 십이지신 가운데 열한 번째 신장(神將)인 개는 전통적으로 악귀를 쫓고 거주 공간을 지키는 존재였다. 개는 충직하고 용맹하며 친숙한 동물로 인식된다. 과거 임금이 신하들에게 주던 그림인 세화(歲畵)와 부적에 개가 자주 등장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그림 속에서 개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들이 있다. 울산에서 활동 중인 신예 작가 엄상용(30) 씨가 그 중 하나다.

유년시절 함께한 가족같은 존재
자연스럽게 작업 소재로 끌어내
유기견·동물학대 등 문제에 경종


다양한 소재들 중에서도 유독 개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엄 작가는 "개는 사람과 가장 감정을 잘 공유할 수 있는 동물"이라며 "따뜻한 생명체 그 자체인 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작업의 소재로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그의 작품 속 강아지들은 대부분 반듯한 얼굴로 두 눈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엄 씨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강아지의 시선과 마주했을 때 어느 순간 사람처럼 느껴지게끔 표현하고 싶었다. 마치 사람의 증명사진처럼 강아지를 의인화해 증명사진을 만든 것이다"며 "이 작업은 최근 유기견 문제나 동물 학대가 잦아지는 걸 보면서 강아지도 사람과 똑같은 소중한 생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엄상용 作 '마음이 No2'
엄상용 作 '마음이 No2'

그의 작품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모델 '마음이' '몽이' '모야'는 그가 어릴 적부터 길러온 반려견이다. 그는 "강아지의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 위해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먼저 사진으로 촬영하는 편이다. 사람의 성격이 제 각각 다르듯이 강아지 성격들도 모두 달라 카메라에 집중 시키는 방법도 다양한데 그들과 그런 교감을 하며 작업을 하는 과정이 색다르고 재밌다"고 말했다.


올해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작가인 만큼 올 한 해 그의 계획도 주목된다. 엄 작가는 "올해는 울산문화예술회관 갤러리 쉼에서 마련하는 연중 전시 작가 중 한명으로 선정돼 조만간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며 "특히 작업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기존의 강아지 그림 형식을 탈피해 개의 몸짓을 포착하고 구도, 색상 등에도 변화를 주며 틀 안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엄상용 작가는 영남대학교 회화과 졸업, 동대학원 회화과를 수료하고 2017 염포예술창작소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소금 나는 갯가전 part ’, 엄상용 인전, 극과극 2인전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 중이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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