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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춥지만 포근한 낭만이 넘치는 계절이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흰 눈은 설렘과 희망을 준다. 이 맘 때쯤이면, 어린시절 추운 겨울 화로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던 추억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소방관이 된 30여 년간 그런 추억에 빠져들 수 없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그 만큼 불을 가까이 할 기회가 많아지고, 화재뿐만 아니라 기온이 떨어짐에 따른 교통사고, 산악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도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소방관서에서의 겨울철은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포근한 계절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1년 중 가장 바쁜 기간이다.

2016년 국민안전처(울산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화재가 전체 화재건수의 30.2% 이상을 차지하여 다른 계절에 비하여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인명 및 재산피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특히 겨울철 화재의 67%가 전기적 원인과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보관 중이던 전기매트를 꺼내 대부분 점검 없이 사용하다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겨울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장난 등으로 인한 화재도 있다. 가정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서 전열기를 고온으로 장시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기·가스난로 등을 켜 놓은 채 자리를 비우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콘센트를 사용할 때 문어발식으로 꽂아 쓰지 않도록 하고, 가정마다 신발장 옆에 소화기를 갖추고 사용법도 알아야 한다. 또한 실내에서 성냥·라이터 등 화기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화재 대피요령을 습득하고 불조심을 습관화 하는 것이 화재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화재가 언제 일어날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언제 발생할지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모든 것을 앗아가게 되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피해와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불은 인류가 발생하기 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불은 '야누스의 양면'을 지니는 대표적 성질로 불이 화재로 변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예를 들어, 우리 관내는 국가산업단지에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이 밀집해 있다. 산업현장의 화재는 항상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고, 재산피해가 다른 장소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매우 크다. 산업현장의 가동 중단 등 그 피해는 실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산업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예방 즉 '불조심'이다. 소방계획서에 따라 조직된 자위소방대와 대형공장의 자체 소방대는 화재발생시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위험물을 취급·이송·제조할 때에는 현장 감독관의 지도 아래 작업을 하고, 소방시설의 점검은 물론, 방화구획 설정 등 방화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겨울철이 되면 소방서에서는 불조심 강조의 달, 겨울철 화재예방대책 등 많은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방서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화재를 줄 일 수 없다. 겨울마다 아이들이 그린 불조심 포스터의 단골 구호가 생각난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다. 구호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습관이 되어 이번 겨울에는 단 한사람의 안타까운 희생 없이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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