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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의 '전근대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에서 글로벌 기업에 랭크되지만 전근대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다. 

예컨대, '회장님'의 경영방침 △신뢰 경영 △현장 경영 △투명 경영. 충성스런 직원들의 수첩에나 자필로 메모될 만한 문구가 울산공장 본관 건물 1층 로비 벽면을 '회장님'의 얼굴과 함께 장식하고 있는 현실. 신뢰·현장·투명경영, 다 훌륭한 말이다. 하지만 그 앞의 '회장님'이란 수식어는 뭔가. '회사의 경영방침'이라든가 하다못해 '회장의 경영방침' 정도에 그쳤어야 하는 게 아닐까. 

노조는 또 어떤까.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임단협 중에 파업을 실시하고,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청년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도외시한 채 미래 노사관계를 투쟁적이고 대립적으로 이끌면서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는 전략을 펼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갈등의 외주화'로 '상생·공존'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근대적이다. 갈등에 따른 열매는 노조가 가져가고, 피해는 협력사와 주변 자영업자가 떠안는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많은 노사가 생존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임금 인상분 일부를 협력사에 제공하는 '임금 공유제' 도입,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신노사관계 구축을 고민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각주구검'. 실제 칼이 떨어진 자리는 신경 쓰지 않고 배에 낸 자국만 쳐다보며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꼴이다.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다가 상황의 변화를 모르고 하나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비유해 쓰인다. 

현대차의 경우, 그런 세월이 벌써 30여 년. 그사이 배는 칼이 떨어진 자리를 여러 차례 오갔다. 전근대적인 태도와 사고에 고착돼 급변하는 현실을 놓아버린 것이다. 현대차 노사가 상대를 탓하는데 집중하느라 각주구검의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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