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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식이 없니?" 
이제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주변의 이런 질문은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서른 중반이 훌쩍 넘어 결혼한 터라 노산에 대한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현실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먹고 살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둘 이상을 키운 분들은 빨리 첫째를 낳고 꼭 둘째까지 낳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주신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낳고 키우는 건 모두 본인 몫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는 비혼과 비출산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인 대한민국. 저출산 고령화라는 늪에 빠진 우리나라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획기적인 정책이 말이다. 예를 들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당겨주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처럼 '육아휴직 의무제' 같은 강력한 정책을 쓴다면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변화할까. 

통계청의 지난해 9·10월 인구동향을 보면 울산은 조금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세종(0.42명) 제주(0.33명) 전남(0.33명)에 이어 충북과 함께 공동 4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꽤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에서 둘째 자녀 30만 원, 셋째 자녀 이상에겐 출산장려금 100만 원을 지원한다. 셋째 자녀 이상 출산 가정에는 2010년부터 상·하수도 요금도 감면해주고 있다. 둘째 자녀 이상 가정에는 다자녀 사랑카드 가맹점 866곳을 통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전국 최초로 영아 반(0~2세 반) 보육교사 처우 개선비를 매월 5만 원씩 지원하고 영영아 반(0세 반) 아이 돌봄 파견사업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구의 경우는 지난해까지는 그동안 둘째 아이 출산시 150만 원, 셋째 아이 이상 출산시 200만 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 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모든 출산 가정에서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용품으로 디지털 체온계, 아기띠, 속싸개, 방수요, 담요, 젖병, 기저귀, 미아방지 키트, 목욕용품 세트 등 총 30만 원 상당이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또 모유수유 유축기 무료 대여는 물론 산모와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저소득층 대상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중증 임신중독증 등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 등 건강한 출산과 양육을 위한 다양한 출산장려 시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출산장려정책들이 나처럼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고 있는 가정에, 무술년(戊戌年) 작지만 고마운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조금 더 바라자면 아이를 낳고 또 보육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튼튼한 사회적 그물망이 있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예비 엄마로서 행복한 고민도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부담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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