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촛불 체제'가 가는 길
'2017년 촛불 체제'가 가는 길
  • 울산신문
  • 승인 2018.01.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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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이 이미 1년을 넘겼다. 1년이 되는 날  촛불 정신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사람들과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광화문 거리를 메웠지만 어느 쪽이든 그 열기는 식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8:0 만장일치라는 인용심판을 거쳐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아젠다를 생성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그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87체제 극복'과 '2017년 체제'를 정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3월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탄핵과 진보 정권의 등장을 '이게 나라냐'라는 저항으로부터 시작된 '체제 변혁'의 과정임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진보와 좌파 진영 전반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그 영향력이 심대한 손호철 교수의 아젠다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핵심들의 지도이념(Regime)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자.

<그동안 주류세력은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생겨난 신생국중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박근혜게이트는 촛불의 외침처럼 "과연 이게 나라이기나 한 것인가?"를 자문하게 만들고 있다. 촛불혁명은 가장 표층인 '사건사' 측면에서는 박근혜게이트로 표출된 박정희체제가, 중간수준에는 87년 헌정체제가, 심층에는 97년 IMF 사태에 따라 생겨난 헬조선과 흙수저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게이트와 촛불혁명은 해방 70년사와 민주화 30년, 신자유주의 20년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사태가 해방-정부수립 70주년, 민주화 30주년, IMF 경제위기 20주년에 터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박정희신화와 87년 체제, 그리고 "돈 많은 부모를 만난 것도 실력"인 97년 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공화국을 구상하도록 만들고 있다. 2017년 체제는 촛불시위에서 한 여고생의 말대로 "사람을 돈과 이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탈신자유주의체제이어야 한다.>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 본문 중)

손호철 교수는 박근혜게이트와 1,500만 시민이 참여한 역사적인 11월시민혁명은 왜 일어난 것인가? 박정희신화는 맞는 것인가? 87년 민주화는 이대로 좋은가? 정권교체가 되면 헬조선은 끝나는가? 헬조선을 벗어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2017년체제를 규정하려 한다. 그 핵심은 '탈신자유주의'라고 결론 내리지만, 이는 수사적인 대답일 뿐, 구체적 현실정치에서 그 양상은 '새로운 공화국, 소비에트식 사회주의'라고 단언해도 무리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2017년체제를 추구하는 현실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의 '2017년체제'에는 내부적으로 계급투쟁을 통한 체제변혁의 아젠다도 실려 있다. '헬지옥'이라고 표상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에 대한 정책은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평화의 '2017년체제' 아젠다는 동북아 균형외교와 남북연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군 철수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비전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담아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동아시아 집단안보 계획을 거부했다. 그 대신 중국에 이른바 '3불(不)'이라는 안보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대외적으로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둘째,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셋째,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처음에는 환영으로 맞은 후,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에는 공개적으로 '약속을 지키라'고 윽박과 모욕에 가까운 의전으로 대했다. 이런 와중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비밀접촉을 했다가 80조 원을 평화회담 조건으로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TV조선의 보도마저 나왔다. 그렇다고 포기할 문재인 정부가 아니어서 퍼주는 금액 조정만 남게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시(國是)의 대한민국을 남북연방을 통해 변형된 공화국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예상들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 또한 '2017년 체제'에서 중요한 아젠다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세력의 아이콘이라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국민파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수 정치세력의 파탄을 의미했다. 더구나 선거기간 국정원 댓글 문제가 얽혀들면서 탄핵과 대선 패배는 국가안보 전반에 위기를 몰고 왔다. 2017년체제로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친북성과 위험한 줄타기 외교로 인해 한미동맹은 급속히 약화되었고 중국으로부터는 모멸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들은 보수 지식인들의 우려와 대안을 거부하고 있다. '적폐'라는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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