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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기현 시장이 신년 기자브리핑을 통해 올해 시정 역점 과제를 직접 설명했다.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사업 착공과 '국립'병원이 들어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대통령 약속'을 끌어들이며 확신했다. 특히 "새해에도 울산 재도약을 위협할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시정 회복 기조를 흔들어 댈 바람이 거세고 물결도 높을 것"이라며 "승풍파랑"하겠다고 공언했다.

'원승장풍파만리랑(願乘長風破萬里浪)'에서 인용된 이 구절은 거센 바람을 타고 만리의 거센 물결을 헤쳐나간다는 뜻이다. 김 시장은 울산이 처한 난관을 헤쳐나가겠다는 긍정 마인드로 사용했지만, 사실 숨은 뜻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실현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엄연히 1인칭이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사자성어 매니아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최근 당 대표실 액자를 '즐풍목우'에서 '승풍파랑'으로 바꿨단다. 성완종 리스트 등에 연루돼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 세월을 견뎌냈으니 "이제 큰 바다를 헤쳐나가자"는 다짐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 자유한국당 차원에서도 "2018년에는 더 겸손하게, 더 낮은 곳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승풍파랑'을 들먹였다. 이쯤되면 한국당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나 마찬가지다. 원조가 누군지, 표절 논란까지 갈 일은 아니지만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한국당만의 다짐은 아닐런지.

일부 지역 주력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맞지만 석유화학에서는 여전히 잘 돌아가는 공장도 많은 탓에 느닷없는 '울산 위기론'은 그닥 와닿지 않는다.새해 벽두부터 딴지거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은 '승풍파랑'하고 다같이는 '승승장구'하자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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