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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지속되는 영하의 날씨에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표현이 와 닿는다. 특히 새벽녘에 한기가 들기 때문에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 핫팩 등을 밤부터 장시간 사용한다. 추운 사무실이나 가게에서도 온풍기나 히터를 가까이 두게 된다. 이러한 온열제품의 사용이 늘어남과 동시에 저온화상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화상은 고온에 순간적으로 입는 것인 반면, 저온화상은 40-60도 사이 높지 않은 온도에 장시간 피부가 노출되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각종 전열기구의 열이 피부에 닿게 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44도이상에서 1시간, 50도에서 3-5분, 60도에서 8초 이상 노출되면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파괴되고 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저온화상은 통증과 같이 느껴지는 증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뒤늦게 화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온열제품 사용 후 피부가 트는 것처럼 갈라지고, 따갑거나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화상의 정도나 면적이 커 보이진 않으나 피부 속으로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을 담는 핫팩을 사용한 후 며칠을 방치하다 병원을 찾았는데 '3도 화상'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저온화상은 열성홍반을 유발하기도 한다. '열성홍반'은 열에 노출된 부위가 초기에는 붉은 반점모양으로 나타나 점차 넓게 갈색의 특징적인 그물모양을 띄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은 통증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열성홍반의 경우 화상처럼 정확히 몇 도에서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지만 45도 안팎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아직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열원이 피부의 혈관들을 이완, 손상시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 붉어진 정도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심한 열손상이나 반복적인 자극에 의해서 갈색의 색소침착이 진행된 경우에는 원래의 피부 상태로 회복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영구적으로 색소가 남기도 난다.

저온화상은 증상이 없거나, 천천히 드러나기 때문에 초기의 응급처치가 필요할 만큼의 상황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면 일반 화상의 응급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흐르는 찬물이나 생리식염수로 10-15분정도 화상 부위의 화기를 제거한다. 이때 얼음과 같은 차가운 물질을 환부에 직접적으로 가져다 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통증을 심화시키거나 물집이 터지게 만들어 2차 감염의 위험이 있다.

저온화상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잠자리에서는 온수매트나 전기매트의 경우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위에 이불을 깔아 사용한다. 전원을 켠 상태로 자야한다면 타이머기능을 사용하거나 온도를 체온에 가까운 37도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잠이 들면 온도 변화에 둔감해져 아무래도 저온 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1시간 정도 매트를 데워뒀다가 끈 후 남은 열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뇨환자나 음주 후에는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수면 시간이 길고, 몸을 뒤척이는 것이 쉽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일상생활 중에는 난로나 히터와 같은 전열기구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붙이는 핫팩은 피부에 직접 붙이기보다는 옷 위에 붙이고, 부착 위치도 수시로 바꿔주면 좋다. 따뜻한 물을 넣은 물주머니도 수건과 같은 천에 싸서 사용하고, 약한 열기라고 해서 한 부위에 오랫동안 대고 있는 것은 피한다. <황제내경>에 따르면,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되 땀이 날 정도이면 안 된다고 한다. 실내 적정온도가 18-20도라고 하니 난방기구만 가까이 사용하기보다는 따뜻한 소재의 내복이나 옷을 입고, 깔개 등을 바닥에 두어 한기(寒氣)를 조절해보자. 또한 온열제품을 사용하는 중 간지럽거나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통증이나 물집 등의 심한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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