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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태화강 생태관광 자원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태화강에 수면 위를 달리는 에어보트를 도입해 물길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보여줄 즐길거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록 태화강 정원박람에 맞춰 진행하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잘한 일이다. 

이번에 도입하는 5, 6인승의 에어보트는 수륙양용 보트 제조업체인 월드콥터코리아가 제작하고 있는데 오는 4월 말 태화강에서 열릴 세계정원박람회 기간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에어보트는 보트 뒤에 프로펠러를 달아 공기를 미는 힘으로 달리기 때문에 태화강처럼 수심이 얕은 강에서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보트가 작아 태화교 등 태화강에 놓인 교량들의 교각 사이를 통과할 수도 있다. 

울산시는 남구 태화교 아래에 선착장을 설치해 태화교, 울산교, 번영교, 명촌교 등 4개 교량 아래를 통과해 울산만 앞까지 2㎞ 이상 운항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1억5,000만원을 확보해 하천점용 협의, 실시설계 용역, 보트 임대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4월 말에서 6월까지 시범 운항에 나선다. 시범 운항에서 관광자원의 가치가 높으면 운항을 연중 확대하기로 한 점도 주목할 일이다. 태화강을 강으로만 놔두지말고 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온 사실이다.

울산은 태화강을 모태로 형성된 도시다. 강을 가진 도시는 풍요롭다. 아침나절 태화강변을 걸어 본 시민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울산은 복 받은 도시다. 강안의 안개가 운치를 더하는 아침이면 강심 저편으로 반사되는 햇살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전한다. 잘 가꿔놓은 둔치와 멀리 펼쳐진 청보리밭의 봄 기운이 살아 숨쉬는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는 도심 속의 생태공원이 바로 태화강이다. 하지만 이 태화강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오폐수와 등 굽은 물고기가 떠오르는 '죽음의 강' 태화강이 전국은 물론 세계의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빚은 그늘이자 울산시민들의 희생의 상징이었던 오염된 태화강이 '생태 환경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울산시와 시민의 의지가 모여 수년간의 투자와 노력으로 일군 성과다. 태화강은 울산의 젖줄이다. 강의 역사는 울산의 역사와 함께 한다.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문명이 발원하고 문화와 예술이 피어났다. 태화강 일대는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와 설화와 문학이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태화강의 활용과 이를 통한 도시 이미지 극대화를 꾀할 시점이다. 

태화강처럼 오염의 상징에서 생태환경의 상징으로 변모한 강이 바로 라인강이다. 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 산지에서 시작하여 유럽에서 가장 공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 북해로 유입된다. '라인강의 기적'이 독일의 부흥을 나타내듯이 라인강은 독일을 상징하는 강이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된 독일은 라인강을 하수구화 했고 그 결과 연어가 사라지고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강이 됐다. 

라인강의 수질이 악화되자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수자원을 잘 이용하고 보호하기 위해 1963년 '국제 라인강 수질 오염 방지 위원회'를 만들어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산업 폐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수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부의 지원도 활발했다. 결과적으로 라인강은 민관이 하나가 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각협력이 가시화돼 하나씩 옛 모습을 되찾아 갔다. 라인강의 복원은 문화의 복원으로 이어졌다. 인공보나 제방이 무너지고 물길이 살아나면서 유람선이 떴고 고성과 명소가 '스토리텔링'으로 강물에 녹아 흐르면서 이제 라인강은 유럽 최고의 유람선 관광코스가 됐다. 특히 강가의 여러 지역은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돼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라인강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과 오토캠핑으로 강과 함께 며칠을 보내는 체험형 관광을 하고 있다.

태화강을 친수형 관광으로 개발한 것은 사실상 나룻배 운항이 처음이었다. 울산시 남구가 길이 6m, 너비 2.2m 규모의 나룻배를 운항하고 있다. 이 배는 남구 태화강전망대 선착장과 중구 십리대숲 사이 130m 구간을 뱃사공 2명이 줄을 잡아당겨 움직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 2012부터 1년 남짓 태화강에서 뗏목을 운항했으나, 2013년 11월 뗏목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해 운항을 중단하다 다시 재개했다.

문제는 단순한 나룻배 운항으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태화강에 대한 종합적인 친수레저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강을 활용한 관광 상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도시 이미지 제고는 물론 환경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강을 그대로 두고 보존하는데 치중하면 강과 도시는 공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강의 활용은 시민이 강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람선이든 용선이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이 태화강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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