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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은 현대중공업 4사 1노조 체제가 결국 노조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그것도 미완성의 4사 1노조의 한계가, 이번 2016·2017년 통합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로 증명됐다.
형식상 단일노조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개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보니, 조합원들이 사별로 차이가 나는 합의안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처럼 불완전한 4사 1노조 체제로는 앞으로의 임단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4월 회사가 조선과 해양, 엔진사업부만 남기고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사업본부는 현대건설기계, 로봇사업부는 현대로보틱스로 각각 분리하자, 노조 규약 개정 등을 통해 '4사 1노조'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3개 분할사도 개별교섭을 진행했으나, 현대중공업 단체협약 승계 여부를 놓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며 잠정합의안 도출이 늦어졌다. 노조는 "단체협약 내용을 분할된 3개 회사에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회사는 "각 사별 조직과 구성이 크게 달라져 단협 승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분할 이후에도 '4사 1노조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대중공업 임단협 잠정합의 이후에도 3개 분할회사의 잠정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 찬반투표를 미뤄왔다.
그러나 결과는 잠정합의안 부결로 나타났고, 이는 4사 1노조 체제가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불발된 현대중공업 1차 잠정합의안에는 2016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 230%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 원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으로 자기계발 월 20시간 제공 등이 담겼고, 2017년 △기본급 동결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을 합의했다.

다만 성과금은 각 분할사별 실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97%, 현대일렉트릭 341%, 현대기계장비 407%, 현대로보틱스 450% 등 각 회사가 영위하는 업종이 다르고 실적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현대중공업 성과금과 4배 이상 차이나는 격차로 합의된 것이다.
조선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현대중공업 노조가 단독교섭을 진행·합의됐다면 가결될 만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분할사와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의 성과금이 조합원에게 반대표를 던지게 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상여금 분할 지급도 현대중공업 조합원의 잠정합의 거부의 한 요인일 수 있지만, 다른 분할사 조합원은 이에 대해 문제삼지 않고 수용했다는 점에서 성과금 지급 수준이 부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분할 3사 노조가 가결했다더라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재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고 가결할 때까지는 최종 타결됐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형식만 단일노조이지 내용상으로는 개별교섭이 허용된다는 측면에서 1노조 체제가 아닌 구조다. 4사 1노조 규정에 따라 분할 현대중공업이 가결 될때까지는 타결금 지급이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노동계에서는 "분할사별로 지급 규모에서 차이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성과금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합의되면서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4사1노조 체제가 앞으로도 노사관계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번 잠정합의안 통과로 노사관계가 진전되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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