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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저기서 <피리 부는 사나이>가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독일의 옛이야기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딸 아이한테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아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전에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그나마 관련 있는 책이 한 권 있는데, 일본에서 구입한 아베 킨야(阿部謹也)저서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전설과 그 세계』이다. 이 책은 중세사 연구자인 저자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전설이 아니라 실화라는 자료를 접하고 관심을 갖고 연구한 성과다. 그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전설이 성립하게 된 당시 유럽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과 민중들의 생활에 주목하여 풀어냈다. 먼저 1284년 6월 26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나가기 위해 그동안 연구한 연구자들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나갔다. 이 중에서 그나마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흑사병의 유행으로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갔는데, 그 결과로 이러한 전설이 생기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 십자군 참가나 무도 행진 끝에 사고로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아마 1990년대 초, 도쿄에 있는 고서점가에서였을 거다. 짧은 동화를 230여 쪽이나 되는 방대한 연구서로 엮은 그 자체에 감탄하면서 구입한 기억이 난다.

분명 책장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찾지 못하고, 이참에 책을 구입하려고 서점에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더니 재고가 한 권도 없다는 것이었다. 매우 아쉬워하면서 포항 시청에 있는 대잠도서관에 가서 출판사와 글, 그림이 각각 다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세 권 빌려왔다.

스토리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독일의 한 도시 하멜른은 쥐떼들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쥐들은 떼를 지어 다니면서 개와 싸우는가 하면 고양이까지 죽이고 자고 있는 갓난아이까지 물곤 했다. 음식이란 음식은 다 갉아먹고 밤낮 찍찍 거리며 울어대서 마을 사람들은 편히 생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쥐를 퇴치하기로 했지만, 쥐들이 새끼를 낳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멜른 거리에 이상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을 '쥐사냥꾼'이라며 약간의 보수만 주면 마을에 있는 쥐를 퇴치해 주겠다고 했다. 이에 마을 사람들과 그 사나이 사이에는 쥐를 모두 퇴치해주면 일정액의 보수를 주겠다는 계약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이 사나이는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온 거리의 집에서 쥐라는 쥐는 다 나와 그 사나이의 주위에 모여들었다. 사나이는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쥐 떼를 거느리고 마을을 벗어나 강으로 들어가자 쥐 떼도 강물로 들어가 모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쥐를 퇴치해준 사나이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돈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사나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마을 떠났다. 그리고 며칠 뒤, 사나이는 하멜른에 다시 나타나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쥐가 아니라 네 살 이상의 어린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뒤를 따라 산으로 갔다가 사나이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안 부모들은 울부짖으며 아이들의 행방을 찾아 헤맸지만, 아이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전세계의 육지와 바다로 사신을 파견하여 어린이들의 행방을 조사했지만, 130여명의 아이들의 행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약속을 저버린 어른들의 이기심에 의해 아이들이 희생당했다고 할 수도 있는 전설인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는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등골이 오싹하다. 만약에 마을 사람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와의 약속만 지켰더라면 적어도 아이들의 희생은 막았을 것이다.

최근에도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사건, 사고가 많다. 아이들이 없는 세계는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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