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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동구의회가 울산 5개 구·군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의회사무과 직원 인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한 것을 놓고,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의 신호탄이라는 일각의 평가까지 나오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막론하고 당면한 공통 관심사였던 탓인데, 하지만 조례 공포 불과 20여 일 만에 동구의회가 일부 조항을 개정키로 하면서 집행부에 사실상 백기를 들어 버렸다. 속되게 말하자면 칼을 빼고는 한 번 휘두르지도 못하고 칼집에 도로 넣은 셈인데, 이런 동구의원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물론 동구청장이 대법원에 의회를 제소한데다, 조례효력가처분신청까지 내면서 강력 반발한 것에 큰 부담을 가진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지방자치 부활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의회의 인사권 독립이라는 숙원 과제를 불과 20여 일 만에 포기한 것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이들이 구민을 대의하는 의원이 맞기는 한지 의구심마저 든다. 심지어 이들 의원들을 한명 한명 붙잡고 구청장이 반발 좀 했기로 서니, 애써 제정한 조례를 공포 20여 일 만에 폐기하겠다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냐고 묻고 따지고 심은 심정이다.

지방의회 사무과의 독립된 인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순리이며 지방자치 발전에도 유익하다. 또 건전한 감시와 견제에 충실한 의회를 위해서도 분명 그렇다. 현재 의회 사무처 공무원 인사권은 집행부 기관장이 행사하고 있어 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이 제대로된 견제와 감시라는 정책 기능을 보좌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디 동구의회가 의회 인사권 독립이라는 이 해묵은 숙제를 이번 만큼은 군불을 때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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