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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에게 '장수'란 기초적인 바람이지만 동시에 고령사회 진입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크다. 특히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돌봄제공자의 5.7%가 조기퇴직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12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홧김에 살해해 집 계단 밑에 유기했다가 1년 후 범행을 자수한 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는 뉴스도 접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노인인구비율이 전체인구의 13.8%를 차지해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30년 24.5%, 2050년 38.1%로 증가가 예상되면서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가족의 고통 또한 가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아시아엔' 신문에서 2013년 설문조사를 비롯해 최근 실시된 각종 질병관련 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가장 피하고 싶은 질병 두 가지로 암과 치매가 꼽혔다. 우리가 치매를 암보다 더 두렵다고 말하는 것은 암 환자는 마지막까지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떠나지만, 치매 환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이 세상을 하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치매는 단순히 하나의 질병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단일 질환이 아닌 특정 증상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특징상 '가족의 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울증이 치매 유발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치매환자 가족의 부양부담으로 인한 우울 정도가 높아지기도 하는 이유이다.

치매 어르신과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그동안의 지원을 보면, 2008년 이후 전국 어느 보건소에서나 60세 이상 무료 치매 검진 제도를 시작으로,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을 3차례에 걸쳐 수립, 장기요양보험 치매등급 신설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치매 어르신 및 가족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올해부터 치매 국가 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직접 어르신을 모셔야 하는 가족의 입장에서 그 수발부담을 국가가 덜어 주고자 발 벗고 나선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치매 국가책임제의 핵심은 크게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맞춤형 사례관리,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치매 의료비 및 요양비 부담 완화, 치매환자 의료지원 강화, 치매예방 및 치매 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이다.

첫째, 전국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사례관리자를 두어 1:1 맞춤형 상담 후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돌봄 경로 등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둘째, 신체기능이 양호한 경증 치매어르신도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하고 치매어르신에 특화된 안심형 시설 확충과 더불어 장기요양 종사자 처우개선 등을 통해 서비스 질 관리와 종사자 전문성 강화가 추진된다. 또한 오는 7월부터는 생애 최초로 등급을 받은 치매수급자에게 방문간호서비스를 4회 무료 제공한다.

셋째, 건강보험을 확대해 치매 의료비 부담을 줄여 기존 입원비 20%, 외래 진료  30~60%에 달하던 중증 치매환자 의료비 본인 부담률이 모두 10%로 인하된다.

넷째, 시설이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치매환자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충될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전국 350여 노인복지관에서도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국가건강검진 인지기능검사의 경우 66세부터 4년마다 받던 것을 2년마다 받도록 주기를 단축시켰다. 특히 치매환자 가족의 실질적 휴식 보장을 위한 치매가족 휴가제를 활성화하고, 가족상담지원 서비스 제공으로 재가 수급자 가족의 자조모임 활성화와 가족의 정서적 지지망을 구축한다. 또 치매 실종어르신 예방을 위한 배회감지기 보급을 확대해 치매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돕는 환경도 조성한다.

2008년 7월 시행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장기요양보험은 수혜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하며 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91.1%, 인식도는 77.2%를 넘어서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부담을 사회적 부담으로 이전하고 다시 국가의 책임 하에 이뤄지는 만큼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 역시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치매 국가책임제가 더 나아지고 탄탄해짐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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