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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중소기업이 페루 현지에 건립 중이던 수산물 가공공장이 한국석유공사가 소유한 바지선에 의해 파손되면서 4년째 가동을 못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기업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서한냉동 페루 현지 자회사인 쎄아체 측 장한성 대표 가족은 지난 19일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정문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석유공사의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쎄아체 측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월 4일 한국석유공사 현지법인 사비아 소속의 100t급 대형 바지선 2척이 파도에 밀려 쎄아체 부두시설을 들이 받았다. 이 충격으로 150m에 달하는 부두가 부서지고 하부 기둥이 파손됐다.
사고 당시 페루 정부 항만청은 정밀조사를 거쳐 이 사고를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로 판단하고 사비아에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사비아 측이 불복해 재조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왔다.
사고 후 쎄아체 측은 한국석유공사가 나서서 보상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원상복구 등의 조치는 나오지 않았고, 쎄아체 측은 지난 2015년 페루 법원에 사비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송은 사비아 측의 증거 제출 지연으로 현재까지 1심조차 열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쎄아체가 2008년부터 부두시설에 짓고 있던 수산물 가공공장이 지금까지 가동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시설은 녹슬고 있고, 쎄아체 측은 시설 관리요원 14명과 기술자 4명의 급여 등과 재산세, 항만부지 점용세 등 연 6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해외 자원 확보 전진기지 구축을 목표로 부두와 수산물 가공처리 공장, 사무실, 기숙사 등 3만3,000여㎡ 규모의 부두시설을 조성하는 사업도 '올스톱'된 상태다.
이 사업에 묶인 투자금액만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동안 전 재산을 해당 사업에 쏟아 부은 장 대표 가족은 살고 있던 집까지 경매에 넘어가는 등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공기업으로써 해외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진 못할망정, 피해를 줬으면 인정하고 시설을 원상복구시키기라도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라며 "부두가 완공되지 못하면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는 데 소송만 힘겹게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현지 보험사가 산정한 손해액과 쎄아체 측의 요구금액에 차이가 있다"며 "사비아페루는 보험사와 함께 관련 소송을 조속히 진행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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