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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6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국민을 또 다시 안전의 불안함으로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참사 원인으로 '건물 형태가 통풍이 잘되는 필로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외벽 마감재를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를 사용했다'는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느 화재 참사와 비슷한 점은 골든타임을 향해 화재장소에 도착해야 할 차량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자리를 메운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초동 진압을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 현장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소방차가 7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접근이 곤란했다. 길을 찾는데 시간이 허비되어 30분 만에 도착하다보니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운전자에게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되는 불법 주차의 처벌치곤 그 피해가 너무 크다고 할 것이다.

현행 소방기본법 25조에는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의 강제처분이 가능하며 도로교통법에는 소방용 기계기구가 설치된 곳이나 소화전, 소방용 방화물통 또는 방화물통의 흡수구나 흡수관을 넣는 구멍 등으로부터 5m 이내는 차를 세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계획으로 형성된 신도시의 경우 소방도로, 주차장 등 체계적인 재난대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오래된 구도심이나 농촌형 중소 도시지역은 편도 1~2차로의 좁은 도로가 산재해 화재시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곳이 많다.
특히 이런 곳에 불법주차 차량이 있는 경우 제천 참사와 같이 소방차 접근이 불가능해 대형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불법 주정차 유형을 보면 편도 1차로에 양쪽 주차로 차량교행이 불가하거나 횡단보도·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차, 비상 소화장치함 옆 주차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차장소에서 100~200m 인근에 공용주차장이나 유료주차장이 있지만 이곳 주차장은 한가한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 편의를 위해 용무에 가까운 곳에 주차하는 습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한 성숙된 주차문화가 절실한 때이다.

소방당국의 불법 주정차 단속 필요성도 절실하다. 그러나 제천 참사 이후 각 지자체별로 최근 실시한 소방안전 점검에서도 여전히 각종 소방법 위반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 일이 아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주의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탈피할 수 있을까. 최악의 상황 대비에는 애써 눈을 감고 '설마'하는 낙관론으로 현 재난을 일상화하는 게 우리 실체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이며, 성숙된 주차문화가 절실한 때이다. 성숙된 주차문화는 한 사람의 움직임으로 이루어 낼 수 없다.

지자체와 경찰, 소방, 시민 등이 참여하는 올바른 주·정차 문화협의체를 구성해 불법 주·정차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우선 형성하고 자치단체와 경찰 등 유관기관은 주차장 시설 확충, 불법 주정차 단속, 다각적 주차문화에 대한 시민 인식 전환에 대한 홍보도 필요할 것이다.

올바른 주·정차 문화가 정착되면 우리사회에 불안을 일으키는 많은 재난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은 노모·딸·손녀 3대가 한꺼번에 참변을 당하는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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