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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초부터 전기차 돌풍이 시작되고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저변 확대에 가속도를 내자 정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당장 친환경차가 전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유사들이 주요 수익원을 잃게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최고의 호황기를 누려온 정유사들은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고 '사업 다각화'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 전기차 예약주문 연일 대박 행진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 대를 상회하며 2016년에 기록한 77만 대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에는 총 960만 대로 늘어나고 신차 수요의 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에 자동차 산업의 정책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은 2025년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600만 대로 잡으며 신차 수요의 20%를 대체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기류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최근 예약 판매에 돌입한 전기차들은 쏟아지는 주문에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일렉트릭'(전기차)은 19일 기준 1만 846대의 구매 예약 신청이 접수됐다. 15일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5일 만에 예약 대수가 1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인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예약 판매 대수도 같은 기간 2,400대를 넘었다. 이는 지난해 4개월 평균 판매량과 맞먹는 수량이다. 한국지엠(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도 사전계약 물량으로 확보된 5,000 대가 모두 예약 판매됐다.

# 기술발전·보조금에 대세로 등극
올해 전기차 열풍은 기술발전에서 비롯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크게 개선됐다. 코나 일렉트릭은 최대 출력 150㎾(약 204마력)의 전용 모터가 탑재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90㎞ 이상에 이른다. 2018년형 볼트EV도 60㎾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을 갖춰 한 번 충전하면 383㎞를 달릴 수 있다. 2018년형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도 191㎞에서 200㎞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전기차를 찾게 하는 요인이다. 울산은 국고 보조금 1,017만 원~1,20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 500만 원을 더해 1,517만 원~17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감안하면 순수 차값은 2,000만 원대 후반에서 3,000만 원대 초중반이 된다. 여기다 세금 혜택이 최대 130만 원이고, 유지비도 저렴하다.

충전 인프라도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16년 750기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충전설비가 지난해 1,801개로 늘었다. 올해는 3,941개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지역에는 현재 급속 공공충전기가 33대 운영 중이며, 울산시는 올 연말까지 5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의 동력원인 석유를 공급하는 정유사들은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딱들였다. 자동차와 운송부문이 2014년 기준 전체 석유 사용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차가 대세로 등장하면서 수요 급감이라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 시장변화 대비 못하면 고사 위기감
정유사들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의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를 통해 2020년에는 배터리 생산량을 10GWh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에쓰오일은 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일단 석유화학 사업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올해 울산에 4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하류시설(ODC)을 건설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을 증대시켜 포트폴리오 중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13%까지 올릴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화학·윤활유 등 비(非)정유 사업 영업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며 정유사업 집중도를 낮추고 있다. 또 나프타 분해설비(NCC) 합작 사업을 검토하면서 코스모오일, 쉘, 롯데케미칼, OCI 등 국내외 화학업체 등과 합작사업을 하며 화학사로 변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시장 변화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정유사들은 생사기로에 설 것"이라며 "천연가스·신재생 에너지 분야 진출과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및 충전서비스 부문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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