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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3일 KBS 이사회가 전날 의결한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재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문 대통령이 오늘 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며 "고 사장은 24일 오전 0시부로 KBS 사장직에서 해임된다"고 말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22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KBS 이사회는 재적 이사 11명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어 고 사장의 소명을 들은 뒤 2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찬성 6표, 기권 1표로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야권 측 차기환, 조우석, 이원일 이사는 고 사장 해임제청안 처리에 반발해 회의 도중 퇴장했으며, 이인호 KBS 이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공영방송인 KBS의 이사장 자리에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KBS 이사장직과 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한다"고 밝혔다.
야권 측 이사들도 이사회 종료 후 입장문을 통해 "정부여당 추천 이사 6명은 수적 우위를 내세워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언론자유의 대의가 다시 한 번 무너지고 방송독립이란 명제가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KBS 여권 측 이사진은 보도 공정성 훼손,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등 사유를 들어 고 사장 해임제청안을 KBS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해임제청안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지 141일째만에 처리됐다.

고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직접 출석해 "이사회가 제기한 해임사유 어느 한 가지도 동의할 수 없다"며 "해임을 강행할 경우 이는 법적으로 부당한 행위인 만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또 "방송법에 임기가 규정되고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친 국가기간방송 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언론사에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재가로 고 사장이 해임됨에 따라  KBS 이사회는 공모를 통해 사장 지원자를 접수하고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자를 최종 선정한다.
KBS 사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야당이 고 사장 해임에 반발해 KBS 신임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 조율에 협조하지 않으면 새 사장 임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기 파업 중인 KBS본부노조는 이르면 24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서울=김잠출기자 usm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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