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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현재 근무지에 부임한 지 말이다. 학교를 떠나 교육기관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느꼈던 신선한 풍경을 되살려 보자. 익숙했던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사라진 어색한 공간, 퇴근 시간이 한 시간 길어지면서 다소 당황했던 날들….
 
가장 기억에 남은 기억이라면 바로 이것이었으리라. 고고공 낮은 소리와 함께 사무실 창밖으로 커다란 여객기가 불빛을 내며 울산공항으로 내려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청연'이라는 영화 앞 부분에 어린 경원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고 마구 쫓아가던 그 기분에 견줄 수 있을까? 여행을 즐기는 내게 바로 옆 울산공항에서 이착륙하는 여객기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바람을 쐴겸해서 베란다로 나섰을 때 때마침 이륙하는 여객기를 바로 보는 것은 그 날의 운세가 행운으로 가득하리란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활주로에 몸을 최대한 붙이던 여객기가 굉음을 내며 전력질주를 하다 비상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 휴식시간도 비행기 이착륙시간과 맞추어지기도 했다. 울산에 비행장이 들어선 것은 1928년 12월 2일 개장한 삼산비행장부터다. 지금도 남구 시가지 일대에 도로명으로 비행장길이 있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조선시대 옛 지도를 보면 삼산(三山)이 세 봉우리로 그려져 있는데 일제강점기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파괴되어 지명으로만 남아 있다고 들었다. 북구에 위치한 현 울산공항은 1970년 11월에 현재의 자리에 들어섰다. 나와 같은 또래다. 그래서 마음이 더 쓰였을까.
 
울산역이 성장하면서 울산공항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울산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시도되었다. 결과적으로 무산되었지만 울산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를 유치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시범운항을 성공했을 때도 내 마음은 그 비행기 안에 있었다. 나로서는 학생들이 울산공항을 방문하여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직접 관제탑까지 방문하기도 했다. 
 
3년 5개월.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통했을까. 그동안 이 친구에게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지난 해 말부터 저비용항공사가 등장하며 울산공항을 출발해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운항편수가 확대되었다. 2월부터는 운항편수가 더 늘어난다고 한다. 이제 울산공항에서 여객기 두 대가 동시에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위에서 울산공항을 이용해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내친 김에 중국이나 일본 중 한 도시만이라도 전세기가 운항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울산이야말로 신라시대부터 국제무역항으로 소문난 국제도시가 아니던가. 마침 지난 해 12월부터 울산역을 출발하는 고속철도 운행편수도 증가했으니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형편에 맞게 항공, 도로, 철도를 골라 타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울산에 사는 시민으로 환영할 일이다. 
 
비상(飛上).
울산공항 활주로를 내달리던 서울행 여객기가 막 비상했다. 시력검사라도 하려는 걸까. 여객기는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 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2018년 올 해는 울산 산업이 비상하고, 울산 관광이 비상하고, 울산 교육이 비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울산이라는 지역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비상했으면 좋겠다. 울산공항의 비상과 함께 울산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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