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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참사가 이어졌다. 여전히 안전은 뒷전이었고 생떼같은 목숨은 속절없이 사라졌다. 지난 주말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참담했다.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가운데 사상자 숫자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사망자로는 40명이 숨진 2008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냈다. 세종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 많았던데다 초기 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지적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이날 오전 7시 32분이었다.

구조대원이 신고 3분 만에 도착했을 당시엔 1층이 이미 짙은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건물 1층을 주로 태웠고, 나머지 층에서는 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세종병원 건물은 관련 법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였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사고는 원인도 비슷하다. 정부는 사고가 터지면 또다시 사과하고 대책을 이야기 한다. 딱한 노릇이다. 제천 화재 참사가 불과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사고가 터지니 안전을 외치던 정부도 면목이 없게 됐다. 불만나면 전국의 지자체가 공공시설이나 다중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에 분주하다. 울산의 경우 지난 제천 참사 이후 울산소방본부가 지역 내 휘트니스센터와 사우나(찜질방) 등 대형 스포츠센터 66개소를 대상으로 긴급 소방안전 실태조사를 벌였고, 26개소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소방본부는 비상구와 피난 통로에 장애물이 설치된 8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유도등 점등 불량 11건에 대해서는 조치명령을, 무허가 증축 7건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에 위반 사항을 통보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울산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들어 발생하는 화재사고의 대부분이 전기적 요인이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다중집합시설이나 전통시장 등의 불조심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화재 발생이 잦은 겨울철은 무엇보다 다중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이 필수적이다. 대형 백화점 등 대형 판매시설과 공연시설, 버스터미널, 사회복지시설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은 특히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유통업체 가운데는 비상계단에 물품을 쌓아두거나 비상발전기의 덮개를 훼손하는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과 불법시설이 산재해 있다. 대형 건물들에 대한 화재 예방 점검은 결코 가벼운 사항이 아니다.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건물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상당수의 다중이용시설들이 화재 발생시 자동으로 물을 뿜어 주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비상구 유도등조차 없다고 한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산업 현장엔 항상 화재·폭발 등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부주의에 의해 일어난다.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사고가 나고 대형참사가 빚어지면 우리는 언제나 안전을 외치지만 여전히 우리의 안전의식은 낙제점이다. 우리의 안전의식이 언제쯤이면 달라질지 의문이다.

울산의 경우 석유화학공단도 문제지만 다중집합시설이나 공공시설의 안전의식 부재는 놀라울 정도다. 유통시설의 비상구는 이미 창고로 변했고 극장 나이트클럽 등은 화재에 무방비상태다. 중구의 한 다중집합시설은 비상구는 고사하고 출입구가 미로찾기처럼 돼있어 대형사고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대형 건물에서 실제로 화재가 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일어날 것은 확실하다. 비상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신속하게 출구를 찾아 대피하려면 평소에 훈련을 해두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차례 반복된 화재사고의 교훈이다. 그런데도 울산에서는 실질적인 대피 훈련은 눈 뜨고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누적된 문제점과 시스템의 결함은 하루아침에 찾아내 해결할 수 없지만 우선 안전의식을 조금 더 철저히 하면 사고는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한 완전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너도나도 얘기한다. 정부는 사고가 터지고 대형참사가 반복되면 언제나 무한책임을 이야기 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심지어는 국가개조 수준의 안전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한명 한명의 안전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엇이 변하겠는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것을 하나하나 바꿔가려면 우리 스스로 안전을 위해서는 사소한 것부터 챙기는 의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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