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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고 상공계의 적폐청산이 진행되면서 상공계 수장의 위상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도시들이 지역 상공계 수장을 뽑는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 상의에 따르면 전국 72개 상의 가운데 울산과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시를 포함해 62곳에서 다음달까지 새 경제 수장을 뽑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유난히 울산은 전국적인 열기와 다른 양상이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실리는 적임자로 선뜻 나서는 이도 없고 의욕도 없어 보인다. 물밑에서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표면화되지 못했고 이상한 논리와 해묵은 멍애를 뒤집어 씌워 수장 도전 조차 원천봉쇄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도시들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지역의 경제 수장을 뽑는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합의추대냐 경선이냐'를 놓고 신경전까지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달라진 대한상의에 대한 위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상의 회장 선출을 놓고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부산이다. 단일 후보를 경선으로 추대해 마지막 절차만 남겨놓았지만 그 과정은 치열한 한판 승부였다. 선거에 나선 이들은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새 회장을 뽑는 대구상의는 추대냐,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과 진영환 삼익THK 회장(현 회장)과의 경선이냐로 좁혀졌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경선국면으로 가다 이 회장 양보로 진 회장이 추대됐다. 상의 회장 선거가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지역상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재계의 소통창구 역할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대한상의로 넘어가면서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울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거가 현 전영도 회장의 연임으로 굳혀질 공산이 높아졌다. 전영도 회장이 선출되면 회장 단임제를 이어온 지역 상공계에 전례가 없는 첫 연임 성사 사례가 될 전망이다. 울산상공회의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임시의원총회에서 19대 상의 회장과 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 선거일이 보름여 앞으로 닥친 이날 현 18대 회장단들은 모처에 모여 비상소집회의를 갖고 현 전영도 회장(일진기계 대표)을 차기회장 후보로 합의추대하겠다는 데 사전합의했다. 회장단의 이같은 움직임은 인물 부재로 인해 차기회장단 후보군 윤곽잡기에 어려움을 겪어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전영도 회장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게다가 제조업 침체 등에 따라 상의회장에 선뜻 나서는 주요 회원사가 없다보니 후보군이 막판까지 오리무중이었다.

그렇다고 전 회장의 연임을 무조건 독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16대 회장인 최일학 회장이 '울산상의회장 단임제'의 기틀을 마련한 뒤 전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경선방식이 처음 도입돼 후보 역시 탈락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기 때문에 연임 성사를 담보하기도 힘든 여건이다. 종전까지는 의원총회 당일 합의추대방식으로 회장을 뽑아왔다. 회장단은 이에 사전합의를 통해 전영도 회장이 후보로 나서는데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조업이 회장을 맡는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면화한 것이다. 전영도 현 회장이 단독 후보로 나서게 되면 울산상의 최초로 회장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게 된다.

이번 울산상의 회장선거는 울산으로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권이 바뀌고 대한상의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있지만 위기의 울산, 침체된 산업수도를 다시 한 번 부흥의 선상에 올려 놓아야 하는 중차대한 책무를 가진 자리가 울산상의 회장이다. 특히 이번 울산상의 회장 선거는 종전 의원총회 당일 추천방식에서 사전 회장 후보자등록을 거쳐 의원총회에서 최종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돼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전의 제16대 회장인 최일학 회장이 '울산상의회장 단임제'의 기틀을 마련한 뒤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증도 분명히 존재했다. 무엇보다 앞서 나아갈 의욕이 없는 회장이거나 떠밀려서 억지춘향 격으로 앉아 있는 회장이 울산상공계의 수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팽배했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경선이 가능한 만큼 서열에 관계 없이 제조업이든 비제조업이든 입후보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소모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합의추대와는 달리 탈락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의원들끼리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대로라면 자발적 의사를 가진 의욕적인 상의 수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다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경제계 수장이 나와야 할 시점이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어찌됐건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쳤던 이번 울산상의의 수장은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헌신하는 자세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줄 것을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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