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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현대자동차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자동차의 '넥쏘'와 '제네시스 G80'이 서울~평창간 고속도로 190km 구간의 자율주행에 성공하면서 자율주행차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정부도 2022년까지 미래차 분야에 35조원 이상의 투자 의지를 밝혀 관련산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규제혁신 등 시너지도 뒤따를 전망이다. 동계올림픽이 국내 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들의 신기술 경연장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KT와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5세대(5G) 통신 시범서비스를, 현대자동차는 최첨단 수소전기버스를, LG전자는 길안내 인공지능(AI) 로봇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국가 이미지는 물론 기업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선진국이 올림픽을 국가 도약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평창올림픽이 한국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지렛대가 되게 하려면 단순히 신기술 시연장으로 끝나선 안 된다. 신기술이 전향적 규제혁신으로 대중화되고 세계시장 선점으로 이어져야 한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차량에 직접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기술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현대차는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을 보여줬다. 자율주행·수소자동차가 바로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협조다. 수소차 양산은 물론 수소차 자율주행 성공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 특혜 시비를 우려해 충전소 확충 등을 미적거리면서 뒤처지게 생겼다. 

세계 각국이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를 향한 로드맵을 앞당기는 경쟁에 돌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위한 일정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 연간 생산량의 약 30%(2,800만 대)를 차지하는 중국이 현재 규모의 생산설비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제조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글로벌 자동차산업 판도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도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에서는 디젤 엔진의 종말 시한 문제가 선거 의제로 등장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원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3년 안에 각각 10만 대까지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율주행법안'이 통과됐다. 전기차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자율주행차 개발 주도권을 중국 등에 빼앗기지 않겠다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뭉친 결과다.

현대차의 서울∼평창간 고속도로 구간 자율주행 시연 성공은 이런 세계적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시연에는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을 갖춘 넥쏘 3대와 제네시스 G80 2대가 투입됐다. 운전자 개입 없이 정해진 조건 내에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4단계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무인자동차를 의미하는 5단계와 함께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분류된다. 장거리 코스(190km)를 구간별 법규가 허용하는 최고 속도(시속 100~110km)까지 구현해내며 자율주행에 나선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특히 공해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로 자율주행 기술을 시현해 낸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 나온 사례다.

현대차는 이번 자율주행을 통해  고속도로의 자연스러운 교통흐름과 연계해 △차선 유지·변경 △전방 차량 추월 △후방 차량에 차선 양보 △터널 7곳·TG 2곳·IC 1곳·JC 1곳 통과 기능 등을 선보였다. 앞차 속도가 지나치게 느릴 땐 추월차로를 이용해 앞차를 앞질러 갔으며, IC와 JC를 이용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했다. 도로 폭이 좁아지는 TG의 경우 하이패스 차로를 통해 안전하게 빠져나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고속도로는 도심 도로 못지않게 교통량이 많은데다 교통사고나 공사구간과 같은 돌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부·영동고속도로에서 수십만 km에 달하는 시험 주행을 진행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축적, 성능 개선을 진행해왔다"면서 "자동차 자체가 곧 생활이 되는 '카 투 라이프'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5G(5세대) 네트워크 기반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RSE)'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020년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시작으로 2025년 이후엔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오는 2040년 전 세계적으로 연간 3,37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판매되며, 신차 판매의 26% 이상을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도 부분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해 자율주행차 연간 판매량이 2024년 110만대에서 2035년 4,2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노조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더 나은 기술력이 담보되고 있는 지금이 현대차의 재도약 적기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노조의 상생적 노사관계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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