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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또는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두고 있는 결혼 10년차 부부가 신혼 시절에 살던 집이 너무 비좁아서 새로 살 집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단독주택으로 가시겠습니까? 아파트로 가시겠습니까? 물론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또는 건축 분야의 법과 제도에 대한 지식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파트 입주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자기가 스스로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진입도로가 확보된 부지를 물색해야 하고,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을 계획하고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상하수도를 비롯한 기반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장을 지을 때도 이와 비슷한 선택의 과정이 있다. 대단위로 개발된(또는 개발되고 있는) 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개별적으로 토지 소유자와의 매매를 통해 독립된 공장 부지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산업입지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를 '계획입지', 후자를 '개별입지'라고 한다.

울산시의 개별입지 현황을 보면, 산업단지 이외의 지역에 개별적으로 입지한 공장의 개수가 총 916개이다. 이 중 울주군 웅촌면이 361개로 가장 많으며 삼남면 105개, 삼동면 76개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상위 10개 지역 중 8개가 울주군 지역이고, 대부분 울주군과 북구, 즉 도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다. 문제는 개별입지를 이용해 들어서는 공장들이 늘어나게 될 경우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들을 동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 주거지역에 주택과 혼재하여 입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주변 마을 경관과의 부조화를 일으킨 다는 점, 그리고 진입도로가 협소하거나 옹벽과 같은 시설물이 안전점검의 대상에서 누락되어 있을 경우 사고 위험이 상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 공장 수가 증가하게 됨에 따라 상하수도의 증설, 도로의 확장 등 기반시설 보강의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지만 이미 지어진 공장시설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는 공사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다.

반면에 계획입지를 통해 공장을 짓는 경우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서 많은 부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옹벽이나 비탈면을 만들 때 철저히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설계를 하고 도로나 상하수도를 충분히 갖추어 놓은 상태에서 부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부지를 매입할 수 있으며 산업의 집적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울산시에서는 이러한 계획입지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미 10개의 일반산업단지를 조성 완료하였으며, 5개의 산업단지를 추가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특히 울주군 삼남면에 위치한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는 올해 2월 말에 완공될 예정으로 손님 모실 준비를 거의 마무리하였으며, 상북면에 위치한 길천산업단지는 내년 2월 말 완공을 목표로 조성 공사가 한 창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분양 문의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교통의 편리성과 부지 가격 등을 볼 때, 울산시에서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좋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이미 개발되어 있는 개별 공장입지 지역을 재생하기 위하여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인지는 우리 시가 안고 있는 장기적 과제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필자가 서두에서 예로 들었던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것은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였다. 사실 더 따지고 들자면, 대규모로 조성된 전원주택 부지에 집을 짓는 경우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비유가 될 것 같다.

마지막 필자의 한마디.  산업단지 조성 업무는 일자리 창출의 첨병과도 같다. 산업발전 방향을 미리 예측하여 적극적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해 나감으로써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울산시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해 울산시의 공격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울산시는 이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해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시민들에게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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