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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불이 났을 때 취해야 할 조치로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일단은 '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소화기부터 찾을 것이다.

화재 발생 후 119 신고뒤 소방차 도착까지는 적어도 5분이 소요되는 만큼, 화재 발생 시 소화기를 이용한 초기 진화는 매우 중요하다. 소방서에선 '소화기 1대가 소방차 1대와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며 소화기 중요성을 홍보한다. 특히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대형화재가 잇따르면서 소화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소화기가 고장 나 있다면, 더 심할 경우 소화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 불은 손 쓸 새 없이 번질 것이고, 또 한 번의 대형참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지금 울산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울산이 소화기 품귀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 이 탓에 이미 고장났을지도 모르는 노후 소화기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일 소방시설 설치유지법이 개정되면서 반영구적으로 여겨졌던 분말소화기의 내용연수가 제조일로부터 10년으로 변경됐다. 노후 소화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화기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적으로 노후 소화기 교체를 위해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 소화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법 개정 이후 울산에 약 4,000대의 소화기를 공급한 한 소방업체에 따르면 현재 이 업체에서만 밀려있는 예약 물량이 800대에 달할 정도다. 법이 개정되고 나서야 너도나도 소화기를 찾는 상황이 어찌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과연 법 개정이 없었다면 수많은 지자체, 다중이용시설에서 그 오래된 소화기를 교체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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