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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물안개

최재남

소리 없이 붉어지는 갈릴리 저녁 바다
물결하나 일지 않고도 제 가슴 다 태우더니
하얗게
일어서는 바다,
수평선이 풀린다

온종일 건져 올려도 가난했던 물의 시간
하늘이 흘러들어 그 바다 다 메우자
베드로
빈 배에 올라
그물다시 던진다

△ 최재남 시인: 2008년 '시조21' 신인상등단 2017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시조집 '바람의 근성' 한국시조시인협회, 국제시조협회 회원.

 

이서원 시인
이서원 시인

하나의 성화(聖畵)와도 같은 배경을 앞에 두고 조용히 두 손을 맞잡는 경건한 시간입니다.
내 안에 풀리지 않던 아픔도 슬픔도 오늘은 사치인 듯 부끄러워집니다.
하늘은 조용히 내려와 갈릴리의 바다를 붉히다 말고, 다시 바다는 하얗게 스스로 일어서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변화무상한 자연의 순리에도 얼마나 겸허히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지내왔던가요. 내려놓지 못했던 욕심도, 더 가지지 못해 발버둥 쳤던 어제의 모습도 이제는 겸허히 반성하고 싶습니다.
온종일 건져 올려도 빈 그물뿐이었던 가난한 베드로의 거룩한 순종을 배우겠습니다.
흔들리는 빈 배에 올라 노를 저으며 가는 그 눈빛이 안개에 젖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울었겠지요. 그리고 무릎을 꿇었겠지요.
그 어떤 말씀으로도 깨우쳐 주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을 덮어 놓고 수평선 앞에서 내 고집과 내 심령의 슬픈 자화상을 벗어던졌겠지요.
오롯이 순종하며 살겠다는 마음이 안개처럼 밀려옵니다.
하늘이 흘러들어 그 바다를 다 덮을 때까지 시인은 그물을 던지듯 어쩌면 자신의 불순종했던 아집도 벗어던졌겠지요. 그리고 세상으로 향했던 마음들을 내려놓으려 수만 번 스스로를 다그쳤겠지요. 어쩌면 우리들의 고집도, 우리들의 야망도 갈릴리 바닷가에 서면 저절로 비움이 뭔지 알게 되고 숙연해질 것만 같습니다.
채색의 화려함보다 무채색의 조용한 침묵 앞에서 즉물적으로 그려진 이 시편은 굳이 성경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우린 스스로 담담해지고 침잠해짐은 물론입니다. 어디서 댕! 댕! 댕! 첨탑위의 하얀 종소리가 물빛에 젖어 들려올 것만 같아 나도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이서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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