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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소설 속 주인공은 비교적 현대소설로 약 7년 전에 읽은 '더 로드(The Road)'라는 소설 속 등장인물인 아버지와 아들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올해 81세인 미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로 이 '더 로드'(2006)는 코맥 매카시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으로 2007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아마존,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더욱 더 유명해 진 것은 2010년에 영화 <더 로드>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부터이다. 한국에는 2008년에 소설로 번역 출판되었고 영화가 상영된 것은 2010년이었다.

지금까지 소설을 읽고 나서 감명을 받았거나 좋은 소설이었다는 느낌을 받으면 대개 영화까지도 보는 편인데, '더 로드'는 아직 영화는 안 보고 있다. 아마 소설이 주는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은 대재앙이 일어난 후 황폐한 지구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우선 가는 방향은 남쪽이다. 무조건 남쪽을 향해서 이동한다. 그러나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왜 굳이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숲을 지나, 허허 벌판을 지나 무언가 있을 거라는 굳게 믿으며 걸어간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내일을 향해 간다. 내일은 무조건 올 거라는 확신을 갖고 산다. 각자 하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가 이루어질지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희망을 지니고 내일을 향해 살아간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마음의 치유가 아닐까 한다. 아니 치유가 아니라 작품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은 문학치료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마찬가지로 '문학치료'가 앞으로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미국인들은 이 작품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대개 이런 류의 소설은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이 소설 속에서 소가 멸종되었다는 표현에서 이미 다른 동물들은 다 사라져버렸다고 볼 수 있다. 살아남은 것은 인간뿐이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고, 인간을 가장 경계해야 하고 인간이 가장 두려운 존재도 등장한다. 특히 어린아이는 먹잇감의 표적이 되었다.

소설 속 내용 중에서도 우연히 마주 친 사람들과의 마찰이 주를 이루고, 그리고 그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사람이 사람을 경계해야 할 판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종 사기 사건을 비롯해서 폭행, 살인 등의 사건 뒤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은 만큼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사건들이 많다.

소설 속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리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사람을 잡아먹거나, 사람을 노예로 삼거나 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황폐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이성적으로 생활하려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절박한 상황에서도 일단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의 긴 여정 끝에 아버지는 죽어간다. 죽어가면서 하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 돼. 길을 따라가 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누군가가 우리 옆에서 "넌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하고 이야기 해 준다면, 우린 씩씩하게 인생이라고 하는 긴 길을 희망을 안고 걸어 갈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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