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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의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한 발언에 대해 '조건부 수락'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북핵문제 실질적 당사자 美·北 등
 한반도 둘러싼 분위기 강조 담아
 北은 물론 미국에도 촉구 메시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 조성'이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한반도 주변 상황을 만들어 정상 회담을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으나, 다른 고위관계자는 "말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의 의미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북미대화가 필요한데, 남북관계로 문제가 다 풀리는 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전체 환경과 분위기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성과 있게 이뤄지려면 남북관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한반도 분위기·여건·환경이 무르익어야 한다. 두 개의 축이 같이 굴러가야 수레바퀴도 같이 가는 것"이라며 "북미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했고,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문 대통령도 북한 대표단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제1부부장 등은 경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미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특사자격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했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갈등 지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만의 의사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북핵 문제의 실질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 여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범주를 생각하면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이러한 주변 상황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의지 표명'을 계속해 왔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북미대화에는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이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도 북미 갈등 속에서 미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촉구 메시지는 북한은 물론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과 제재 정책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도 북한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이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김잠출기자 usm0130@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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