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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는 아침은 모험을 떠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제와 똑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은 모험의 설렘을 알지 못한다.
아르망은 파리의 떠돌이 할아버지다. 아르망이 가진 것이라고는 덮개 없는 헌 유모차에 꽉꽉 실어 담으면 다 담길 정도밖에 안 되었다.
그래서 집세나 도둑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세탁소 가는 일 따위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아르망은 꽃집에서 버려진 나뭇가지로 옷깃에 장식을 하고 못마땅한 얼굴의 꽃집 여자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는 낭만적인 할아버지다.
아르망이 유일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가정과 책임과 일정한 일자리를 뜻하니까 한마디로 성가신 존재들이다.


"운세 봐 드릴게요. 당신은 오늘 멋진 모험을 하게 될 거예요"
집시 미렐리가 아르망을 반갑게 맞아 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끈끈한 우정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나는 아이들이 싫어. 찌르레기같이 재잘거리지, 제멋대로 굴지. 성가신 골칫거리야"
아르망이 툴툴거리자 미렐리가 손가락을 흔들며 말한다.
"당신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두려운 거예요. 당신한테 마음이 있는 걸 안 그 장난꾸러기들이, 당신 마음을 훔쳐 갈까 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아르망은 고개를 저었지만 미렐리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아르망이 살던 파리의 다리 밑을 집 없는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방세를 내지 못해 주인아줌마한테서 쫓겨난 수지와 폴, 이블린과 개 조조였다.
가족은 배부를 때나 배고플 때나 함께 살아야 한다며 아이들을 다리 밑에 남겨놓고 엄마는 세탁소 일을 하러갔다.
아르망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나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찢어진 소맷자락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할아버지 우리랑 같이 살아요"
콘크리트 바닥에 정성들여 기다란 사각형을 그리고 아르망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
"요 찌르레기 같은 녀석들이 드디어 내 마음을 찾았군"
 

최미정 아동문학가
최미정 아동문학가

아르망의 모험은 혼자가 아닌 아이 셋과 촐랑대며 따라오는 개 한 마리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에 대한 아르망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어려움에 닥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한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는 페르 노엘이 마법을 부린 걸까? 아이들은 아르망에게서 기적 같은 선물을 받게 된다.
그 소식을 전하러 가는 아르망의 어깨가 쭉 펴졌다. 아르망이 선물을 받은 것처럼 걸음걸이는 활기가 넘쳤다.
모험을 떠나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내 마음을 훔치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이 잘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두둑한 여행경비처럼.
 최미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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