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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신청사로 사무실을 이전한 지 이제 두어 달 되었다. 요즘 지인들을 만날 때면 신청사로 이사하니 소감이 어떠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그냥 "새 건물이니 깨끗하고 좋지요"라거나, "좋기도 하고 불편한 것도 많아요" 등으로 대충 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올바른 소감일 순 없다. 남의 땅에서 56년간 더부살이를 끝내고 이전한 역사적인 신청사 이전 소감을 그리 대충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구 옥동 구청사에서 세무과 사무실은 제 3별관이었다. 그 외에도 별관이 많아 울주군청하면 별관 군청이란 별칭으로 불리곤 했다. 또 낡고 오래된 건물이 새 시대 행정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구청사에서 우리 사무실은 별관이면서 가건물이어서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웠던 터라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불편했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문 민원들의 불편함은 어떠했을까. 그러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신청사로의 이전은 이렇게 불편함이 편안함으로, 또는 어쩌면 남루한 헌옷을 벗어버리고 새옷으로 갈아입은 기분일 수도 있겠다.

지난해 12월말 이사해서는 경황이 없어서 오히려 별다른 소감이란게 없었다. 민원부서이다 보니 민원 불편이 없게 한다고 준비에 분주하기만 했다. 요즘은 좀 적응이 돼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두 가지를 신청사만의 강점으로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소통'효과와 '문화 마인드'라 하겠다.

신청사로 오니 한 건물에 모든 사무실이 입주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사실이 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바로 직원간 자연스러운 소통효과다. 직원들이 서로 아주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에는 몇 날 며칠이 되어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다른 부서 직원들과 수시로 오고 가면서 자주 만난다는 사실이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어지다 보면 모르는 사람과도 인사를 하게 된다. 얼마되지 않았지만 구청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원간 접촉 빈도가 자주 일어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자주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고 이렇게 소통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동료들과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소통과 동료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서는 소통을 통한 명품 행정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신청사에 대한 또 다른 소감이 있다. 바로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를 매일 보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울주군 신청사를 방문하신 분은 알겠지만, 청사를 들어서면 바로 현관 우측에 실제 크기의 반구대 암각화 모형이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실제 암각화를 그대로 들고 들어온 듯 사실감이 넘친다. 최첨단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실물 크기의 반구대 암각화 모형이다. 울주군에 있는 국보이지만, 사실 실물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이제는 출·퇴근 최소 하루 두 번은 보게 되어 있다. 암각화 모형을 청사 출입현관 측면에 배치한 아이디어는 개인적으로 군 신청사의 화룡점정이라고 생각한다. 출퇴근하면서 하루에 국보를 두 번씩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다니!

소중한 국보를 매일 두번씩 보는 직원들이 어찌 문화 행정을 이끄는 공복이 되지 않겠는가? 문화적 자부심을 느낄만 하지 않은가? 암각화를 보면 그게 그림이 300점이 넘고 그중 고래 그림이 53마리나 새겨져 있다고 한다.

자세히 봐야 하지만, 금방 눈에 띄는 왼쪽 제일 윗부분을 보면 고래가 새끼를 업고 유영하는 문양이 있다. 생동감 넘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암각화가 새겨지던 수천년 전 신석기 시대 그 모습을 바위에 새기고 조각하던 이의 숨소리가 지금이라도 느껴지는 것만 같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암각화 다른 문양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아보고 싶다.

울주 정명천년에 즈음하여 신청사로의 이전은 다시 미래 천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더욱 더 군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펼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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