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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GM발' 위기로 지역경제 초토화 위기에 처한 군산과 울산이 '닮은 꼴'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GM 군산공장 철수 결정에 따른 파장이, 조선업 불황과 자동차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울산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경고 차원에서다.

# 조선이어 車까지 군산서 철수
지난 13일 한국GM이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한다고 밝힌 이후, 군산을 비롯한 전북 경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GM 군산공장의 비중은 군산 제조업 생산액의 16% 정도로, 폐쇄될 경우 협력업체를 포함해 1만 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 공장이 폐쇄되면 대량해고 사태와 협력업체 줄도산에 이어 일자리를 찾아 도시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생산이 둔화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로 1차 폭탄을 맞은 군산지역 경제는 이번 GM공장 철수 선언으로 사실상 재난 수준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7월 조성된 지 7년을 맞은 군산조선소를 일감 부족에 따라 폐쇄했다. 이로 인해 5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폐업했고 5,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상권은 피폐해졌고 부동산 경기도 식었다.
군산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조선과 자동차가 문을 닫자, 군산과 동일한 주력산업으로 성장해 온 울산경제도 군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 역시 지난 2~3년 동안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자동차산업까지 최근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경제 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울산은 조선업 침체 장기화로 관련 사업체 축소와 일자리 급감은 물론 인구·생산·소비·부동산 등 지역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 주력산업 같은 울산, 전철 밟을까 우려
현대중공업이 소재한 동구는 2016년 말 17만 4,514명이었던 인구가 지난해 말 16만 9,605명으로 줄었다. 동구지역 땅 값 하락은 전국 최대 낙폭(-0.79%)을 기록하기도 했다. 울산에서 조선업 관련 사업체는 2016년 6월 1,160개사에서 지난해 6월 1,036개사로 줄었다가 지난해 말에는 급기야 918개만 남았다. 근로자 수도 같은 기간 2만 5,131명에서 지난해 말 1만 5,980명으로 감소했다.

현대자동차로 대변되는 자동차산업 부진도 예사롭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8년래 최저 실적을 냈다. 2017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4조 5,747억 원으로 전년대비 11.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7%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처음. 2012년 현대차 영업이익이 8조4,369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 영업이익이 약 3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차는 올해도 어김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노사갈등과 파업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총 24차례 파업을 단행했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금성 조건을 더 올려달라는 명분에서다.
GM의 군산공장 철수설이 흘러나오자,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자동차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경영위기에도 파업 등 노사갈등 악순환
GM의 위기가 △GM 본사로 지급되는 고금리 대출 이자 △높은 매출원가율 △연구개발(R&D) 비용 처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낮은 노동생산성과 강성노조의 이기주의 등도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이번 GM 철수 사태의 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우려스럽다"며 "고용도 문제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에서는 GM 위기가 자동차업계 위기 보다 GM이 정부 지원을 노린 꼼수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GM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산업구조 및 경제가 닮은 꼴인 군산이 말뫼의 눈물에 이어 디트로이트의 비극을 맞은 것을 반면교사 삼아,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조선에 이어 자동차까지 철수하는 사태를 맞은 군산의 사례를 남의 일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이제는 산업혁신과 함께 노동계도 바뀌어야 할 시기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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