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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의료시설 낙후 문제는 오래된 시민들의 민원이다. 하지만 울산의 의료시설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울산의 의료문제가 공약으로 올랐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의 대선공약인 산재 모병원 문제가 아직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고 여기에 혁신형 공공병원이라는 새로운 사업까지 오르내려 혼란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울산의 의료문제에 대한 아픈 자료가 하나 나왔다.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울산지역이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였다. 문제는 사망률도 사망률이지만 전문치료실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2011~2013년 사이 전국 251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뇌졸중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울산이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인구 10만 명당 평균 뇌졸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44.3명)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울산과 가장 낮은 제주도의 격차는 1.6배에 달했다. 학회는 이처럼 뇌졸중 사망률의 지역 간 편차가 큰 이유로 뇌졸중 전문치료실을 둔 병원의 60% 가까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학회가 전국 140개 병원을 대상으로 뇌졸중 전문치료실 설치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44.6%(62개)가 뇌졸중 전문치료실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 중 58%(36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인구 100만 명당 뇌졸중 전문치료실 설치율은 서울이 2.01개 이상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대구·제주 1.51~2개소, 인천·경기·강원·대전·광주·전남·경남 1.01~1.5개소, 부산·충북 0.51~1개소 순이었다. 울산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울산 시민들이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분야가 의료분야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울산지역 의료기관의 낙후성은 시민들의 불만을 넘어 울산의 미래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해도시가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도시로 변모하는 놀라운 발전 뒤에 의료 등 복지부문의 낙후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울산의 경우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업인 산재모병원에 매달리고 있다. 울산시는 추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지만 관계 기관을 통해 감지되는 분위기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직접적으로 사업 추진을 주도한 고용노동부는 손을 놓았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 약속을 놓고도 여·야는 정치 공방에 '동상이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산재 모 병원 설립과 관련해 지난 2014년 연구 용역을 맡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당시 산재 관련 국내 저명 전문가인 한림대 주영수 교수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울산에 산재 모 병원을 짓는 것이 정책적으로 타당한 지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이다. 문제는 당시 자문에서 울산에 산재 모 병원을 짓는 것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사실상 안되는 것으로 내부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정적의견의 근거는 산재모병원의 경우 전국 산재병원의 센터 역할을 하는 병원으로 다수의 산재 환자를 책임지는 임상적 능력을 담당하는 곳이기에 전국 산재 환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는 후문이다. 울산의 경우 전국대비 산재환자가 5% 미만이어서 위치로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KDI가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었고, 이를 기재부에 보고했지만 결과 발표는 3년 째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KDI와 전문 자문단은 울산 산재모병원 설립에 사실상 부정적 의견을 이미 냈고,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마저 손을 놓은 상황에서 울산시만 사업 추진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종 예타 결과 발표 시점에 대한 기재부와 울산시의 입장 차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약사업의 차질이 의료분야의 낙후성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울산이 인구가 늘고 인재가 모이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시설의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이와관련 김기현 시장은 연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굳이 산재모병원이라는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공형이든 산재모병원이든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설 유치가 관건이라는 인식이다. 옳은 이야기다. 의료부문 등 복지부문의 기반 구축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인구 증가나 우수인력 유치는 그림에 떡이다. 산재모병원이냐 혁신형 공공병원이냐를 떠나 시민들에게 혜택이 오는 실질적인 의료시설이 중요하다. 정치권도 이 부분에 심각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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