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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는 송미경 작가의 단편 동화집입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이들을 잠깐 만나볼까요?

'무엇이든 시장'에 가서 혀를 사온 아이가 있어요. 아이에게는 혀가 없었거든요.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모든 것을 다 해 주었어. 아빠처럼 잔소리 할 때나 쓸 거라면 차라리 혀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혀가 없는 아이는 자라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꾹꾹 눌러 놓았죠. 혀를 사고 난 뒤 아이는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와르르 내뱉었어요.
-혀를 사 왔지-

가을볕이 좋은 날 고양이 부부가 지은이를 찾아왔어요.
"내가 네 아빠다"
"물론 나는 네 엄마야. 빨리 데리러 오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집에서 김장을 하던 날, 지은이는 고양이 부부를 따라 사람 엄마를 두고 떠나요.
"길에서 살아가는 걸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급하지 않아. 그냥 살다보면 알아지는 거야"
아빠 고양이가 담장 위로 뛰어오르며 말했어요. 몸을 허공에 띄우는 모습은 멋있었어요.
"지금 뛰어오르지 못해도 상관없어. 때가 되면 할 수 있지"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연수가 용기를 내서 가족들에게 고백했어요.
"저는 돌 씹어 먹는 아이예요"
모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나도 네게 할 말이 있다. 나는 흙 퍼 먹는 아빠야"
엄마는 거실에 주저앉으며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말이지. 나는…못이나 볼트 같은 것을 먹어. 특히 얼린 못을 좋아해"
누나는 지우개를 먹는다고 고백했어요.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힘들었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다 알아"
그날 밤 연수네 가족은 오래도록 함께 울다 뒤엉킨 채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한자리에서 잠이 든 게 얼마만인지 몰라요.  -돌 씹어 먹는 아이-
 

임순옥 아동문학가
임순옥 아동문학가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흐음,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으니 각자 느껴 보시길 바라요. 다만 책을 읽노라면 작가의 기발하고 서늘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답니다. 송미경 작가는 어떤 장면이나 이미지를 오래오래 보고 떠올리며 이야기를 만들어 간대요. 작가의 상상력이 한 이미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마음에 담고 그려보면서 뻗어나간 것 같아요. 
우리들에게도 반짝였던 상상력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아 슬금슬금 녹이 끼었지만.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읽는 동안 녹이 낀 내 상상력을 꺼내어 살살 닦고 광을 내어 재미나고 멋진 이야기를 지어 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려요.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나에게도 저런 혀가 있다면 실컷 퍼붓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우리 아이가 고양이 부부를 따라가 버리는 일은 없겠지?, 좀 다르면 어때? 다른 데로 살아야지, 가지가지 생각들이 슬금슬금 피어오른답니다. 임순옥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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