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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마을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마을에 살고 있고 마을 안에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강좌를 선택해 배우고 재능을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평생학습 마을학교'사업 같이 말이다.

원래 학교와 마을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마을 주민들은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생명과도 같은 땅을 학교에 내어주고, 마을 사람들은 함께 아이들을 더불어 길렀다. 그렇게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랑과 협력, 공동체 문화를 온몸으로 배워왔다.

남구에는 지난 2016년 제1호로 '신정4동 행복신사 마을학교'가 생겼고, 지난해 제2호로 '세양청구 마을학교'가 자리를 잡았다. 제1호 행복신사 마을학교에서는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요구 조사를 실시하고 '힐링 타로 맘속 여행', '한지 쌀독 만들기', '가죽공예교실','홈 바리스타 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195명의 주민들이 배움의 기회를 함께 나눴다.

특히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참여한 스마트교실 '스토리텔링 애니메이션 과정'을 통해 여천천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가고 지역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마을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마을학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다.

또 평생학습 마을학교에서 직접 배운 내용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봉사하는 '찾아가는 행복신사 마을학교'를 운영해 전통 한지 부채 만들기와 커피 바리스타 과정 수강생들의 커피 봉사 등을 펼치며 마을학교를 홍보하고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한번쯤은 배우고 싶었지만 혼자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혹은 아이가 어려서, 금액이 부담되어서, 잘 몰라서 하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배울 수 있게 된 것도 참 좋았는데 배운 것을 나누는 행복까지 느낄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지난해 문을 연 세양청구 마을학교에서도 6월부터 11월까지 주민들이 바라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사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의 불화로 걱정도 많았던 출발이었지만 경북평생학습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될 만큼 마을학교는 성공적이었다.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에 생긴 마을학교라 연령층도 다양해 원하는 프로그램도 각기 달랐다. 가장 선호했던 수업으로 캘리그라피와 집안 정리 수납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정리수납은 물론 어르신들께서 강력 추천하신 신나는 트로트 노래교실은 마을학교에 건강한 웃음을 선물했다.

여름방학 때는 마을의 아이들을 위한 특강 프로그램으로 레인보우 점토교실과 아동심리미술을 진행해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고, 마을학교에서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 잘 몰랐던 주민들도 반갑게 인사 나누며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생생한 삶의 현장이 있고, 다양한 실제 문제들이 있는 지역사회가 배움터가 되었을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그리고 그것이 평생학습 마을학교 등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학습하는 시민 주도형 평생학습이라면 우리의 삶을 바꾸는 기회가 되고 지역공동체의 정체성 회복은 물론 앞으로 쭉 지속되는 그런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마을에서 모이자. 평생학습 마을학교에서는 배울수록, 나눌수록 더 행복해진다. 이제 자기 삶의 주인임과 동시에 당당한 한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마을이 배움의 공간이 되고 모두가 응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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