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짝 마른 대기에 미세먼지까지 연일 계속되는 기상상황이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날씨 탓에 건조경보까지 더해 설 연휴기간에는 자동차정비소와 주택, 야산 등지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북구 산하동의 야산에서 난 불은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불이 번져 임야 약 500㎡를 태우고 40여 분만에 꺼졌다. 또 울주군 언양읍 신흥마을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400㎡가량이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쓰레기 소각이나 성묘객 실화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 화재 사건은 대부분 원인이 비슷하다. 부주의와 방심이 대부분이다. 관계당국이나 정부 부처는 화재 사건이 터지면 또다시 사과하고 대책을 이야기 한다. 딱한 노릇이다. 제천 화재 참사에 밀양 화재, 울산 뉴코아아웃렛까지 불과 한달동안 무수한 화재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사과하고 대책을 이야기하지만 곧바로 불이 나버리니 안전을 외치던 정부도 면목이 없게 됐다. 불만나면 전국의 지자체가 공공시설이나 다중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에 분주하다. 울산의 경우 지난 제천 참사 이후 울산소방본부가 지역 내 휘트니스센터와 사우나(찜질방) 등 대형 스포츠센터 66개소를 대상으로 긴급 소방안전 실태조사를 벌였고, 26개소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소방본부는 비상구와 피난 통로에 장애물이 설치된 8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유도등 점등 불량 11건에 대해서는 조치명령을, 무허가 증축 7건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에 위반 사항을 통보했다. 하지만 뉴코아아웃렛 화재사건은 이 모든 점검을 비웃듯이 발생했다.

울산의 대기질은 사상 최악의 건조경보 상황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온열기 사용도 늘고 불을 피우는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발생하는 화재사고의 대부분이 전기적 요인이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다중집합시설이나 전통시장 등의 불조심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화재 발생이 잦은 겨울철은 무엇보다 다중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이 필수적이다. 대형 백화점 등 대형 판매시설과 공연시설, 버스터미널, 사회복지시설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은 특히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뉴코아 화재에서도 드러난 일이지만 유통업체 가운데는 비상계단에 물품을 쌓아두거나 비상발전기의 덮개를 훼손하는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과 불법시설이 산재해 있다. 대형 건물들에 대한 화재 예방 점검은 결코 가벼운 사항이 아니다.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건물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상당수의 다중이용시설들이 화재 발생시 자동으로 물을 뿜어 주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비상구 유도등조차 없다고 한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산업 현장엔 항상 화재·폭발 등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부주의에 의해 일어난다.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사고가 나고 대형 참사가 빚어지면 우리는 언제나 안전을 외치지만 여전히 우리의 안전의식은 낙제점이다. 우리의 안전의식이 언제쯤이면 달라질지 의문이다.
울산의 경우 석유화학공단도 문제지만 다중집합시설이나 공공시설의 안전의식 부재는 놀라울 정도다. 유통시설의 비상구는 이미 창고로 변했고 극장 나이트클럽 등은 화재에 무방비상태다. 소방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서 일부 시설은 정비기 되어가고 있지만 점검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다. 미처 돌아보지 못한 시설에 대한 촘촘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구의 한 다중집합시설은 비상구는 고사하고 출입구가 미로 찾기처럼 돼있어 대형사고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대형 건물에서 실제로 화재가 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일어날 것은 확실하다. 비상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신속하게 출구를 찾아 대피하려면 평소에 훈련을 해두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 차례 반복된 화재사고의 교훈이다. 그런데도 울산에서는 실질적인 대피 훈련은 눈 뜨고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누적된 문제점과 시스템의 결함은 하루아침에 찾아내 해결할 수 없지만 우선 안전의식을 조금 더 철저히 하면 사고는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한 완전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너도나도 얘기한다. 정부는 사고가 터지고 대형 참사가 반복되면 언제나 무한책임을 이야기 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심지어는 국가개조 수준의 안전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한명 한명의 안전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엇이 변하겠는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것을 하나하나 바꿔가려면 우리 스스로 안전을 위해서는 사소한 것부터 챙기는 의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