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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네~~ !!! 빠릅니다. 빠릅니다… 아~~~~' 이상화선수 잘 했습니다" 경기를 마친 이상화 선수는 울었다. 모든 국민이 그 순간 알았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 묻어 나오는 아쉬움…. 올림픽을 중계하던 아나운서들도 아주 잠깐 말을 멈췄고 화면속의 그녀와 마주치는 순간 나도 울었다. 짧은 그 순간 그녀의 표정과 눈물이 너무도 길었던 훈련시간을 보여주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37.33 이란 기록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냈을까. 그저 우리에게는 멍 때리면 지나가버리는 그 찰나의 순간 37.33을 위해서…. 그 눈물의 의미를 감히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운동선수들이 더 좋은 기록을 내기위해 매일 훈련하며 자기 자신을 단련하듯이 연주자도 같은 곡을 수도 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래도 무대에선 크고 작은 실수가 있기 마련이고 연주가 끝나고 나면 늘 아쉽기 마련이다.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콩쿨을 준비할 때면 연습기간이 힘들기도 하지만 콩쿨에 출전하기위해 이태리, 폴란드, 노르웨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로 많이도 다녔는데 떠날 때면 큰 가방에는 연주 복이며 구두, 악보에 사소한 것까지 챙겨 무거운 짐을 끌고 어찌어찌 찾아가면 긴장감과 여행의 피로에 이미 몸은 녹초가 됐었다. 힘들고 긴장 되도 콩쿨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도 좋았고 행복했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참인 지금 그곳에선 각기 다른 사연을 담은 각국의 국가대표들이 열심히 경쟁하고 있다. 넘치는 땀과 노력, 열정 그리고 아쉬움….
그리고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박수 받지 못할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아쉬움은 경험한다. 단지 그 무게가 다를 뿐…. 아침에 거울을 보며 눈썹을 그리는데 아무리 다시 그려도 계속 짝짝이로 그려져 하루 종일 찜찜하게 만족스럽지 못해 아쉽거나 여행가기전 몇 번을 확인 했는데도 막상 가서 짐을 열어보면 꼭 무언가 하나가 없을 때, 열심히 준비했는데 돌아온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나고 보니 다정하게 말해 주지 못했을 때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크고 작은 아쉬운 일들은 수도 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가장 아쉬울 때는 더 이상 그 무엇도 아쉬워 할 수 없을 때 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의 <미완성 교향곡: Symphonie No.8 D.759>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곡가가 완성시키지 못한 교향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곡이 지금까지 사랑받으며 연주되는 것은 제목이 무색할 만큼 아쉽지 않은 완성된 곡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다악장 형식으로 이루어진 곡을 교향곡 영어로는 심포니라고 하는데 보통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진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단 2개의 악장으로만 구성되어졌는데 악보가 처음 발견될 당시 3악장은 아주 짧은 스케치정도가 남아있었고 4악장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1822년 이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곡이 완성되지 못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이다. 1865년 악보가 발견되며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오랫동안 숨어있었던 이곡을 사람들은 완성된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말한다. 이후 작곡가들은 이곡을 완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으나 그 누구도 슈베르트를 대신 할 순 없었고 오히려 결과는 더욱더 미완성적인 아쉬운 곡이 될 뿐이었으니 어쩌면 슈베르트도 이곡은 2개의 악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 했던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당시의 완전한 심포니가 아닌 그 곡만의 적절한 다른 제목을 붙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울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아쉬웠던 2월도 끝나간다. 쉬엄쉬엄 겨우겨우 걸어서 오던 모든 것들이 2월부터는 작정하고 뛰어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다급해진다. 문득 달력을 보니 올해는 28일까지만 있네. 29일이 생일인 사람들은 정말로 아쉬운 2월이리라.
돌아보면 아쉬운 것들 투성이지만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좋은 봄날이 이렇게 갑자기 또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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