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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울산 북구 강동해변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북정자에서 화암마을까지 바다를 향해 일렬횡대로 서서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어 떼가 몰려들어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고등어가 낚인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 주말과 휴일이면 여름 휴가철에 해변을 찾는 것처럼 낚시꾼 수는 한동안 계속 늘어났다.

바닷가 작은 도서관이자 전시관인 복합문화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두 달여 동안 고등어 떼의 이동과 더불어 낚시꾼의 행렬을 지켜보게 되었다. 고등어 떼는 망원경을 동원하지 않아도 관찰할 수 있었다. 코발트 블루의 맑은 바닷물에 거무스름한 고등어 떼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것은 장관 중 장관이었다. 덤으로 숭어가 뛰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맛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고등어는 예로부터 가격이 저렴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국민생선'이라는 별칭이 따라 붙을 정도로 대표 반찬이기도 하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도 알려졌다. 기름기 많은 생선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는 오메가3가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양도 풍부하지만, 고등어 무 조림, 묵은지 고등어조림, 고갈비, 고등어구이 등 요리는 인기 만점이다. 

고등어 떼가 정자해변에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남녀노소 고등어 잡이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한창 고등어가 많이 잡힐 시기에는 한 사람 당 적게는 10여 마리 많게는 100여 마리씩 낚았다. 미끼가 없어도 잡힌다는 얘기도 들렸다.

낚시꾼들은 잡은 고등어를 즉석에서 회를 쳐서 먹기도 하고 숯을 피워 구워 먹기도 했다. 해변 일대는 고등어구이 냄새로 휩싸였고, 주차장은 만원세례를 이뤘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차장이 포화상태라 도로에까지 주차를 하는 불법주차가 성행했고, 낚시꾼을 비롯한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점점 늘어났다.

더 큰 문제가 따랐다. 무엇보다 잡힌 고등어 대부분 씨알이 작은 고등어였다. 씨알이 굵은 고등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다 고등어 씨가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아닌 게 아니라 고등어 어획량은 지속해서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국산 고등어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한 작은 고등어(21~28㎝)가 집중적으로 잡힌다. 이러다 보니 가정에서 선호하는 28㎝ 이상의 고등어는 비싼 가격에 팔릴 수밖에 없다. 씨알이 작은 고등어 풍어라고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며, 새끼 고등어를 무차별적으로 낚는 것은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 아닐까 우려된다.

10여 년 전만해도 국민생선하면 명태를 꼽았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연간 16만t 넘게 잡혔지만, 수온 상승과 남획으로 2008년 어획량 제로를 기록하며 자취를 감췄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외국산 명태다. 오징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오징어도 이상 수온으로 연안과 원양 어장 어획량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필자는 지난 설을 맞아 모젓용 생 오징어를 사기 위해 농수산시장과 활어회센터에 문의를 해봤지만, 생 오징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징어 조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냉동 오징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동구지역이나 북구지역 해안가 주택에서 집집마다 오징어를 말리던 풍경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될 만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다.

고등어 떼 출몰을 지켜보면서 고등어가 명태처럼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는 어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오징어도 언제 명태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가 계속해서 밥상에 오를 수 있도록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해법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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