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96억원을 들여 건립한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이 인근 주민들의 산책공간으로 전락했다. 접근성이 불편하고,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울주군은 활성화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21일 울주군에 따르면 농어촌테마공원은 상북면 지내리 못안저수지 일대 2만1,900㎡ 규모로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주요시설은 한우테마관, 수변공원, 다목적광장, 경관공원, 야생초화원, 어린이놀이터, 주차장, 조형물 등이다. 부지 내에 2층 건물인 한우직판장도 조성돼 영업을 앞두고 있다.
체험 및 관광이 결합된 테마공원을 조성해 한우불고기 특구와 연계해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농·특산물의 유통판매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났지만 인근 주민들 외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우테마관 관리자에 따르면 6~10월까지 한우테마관을 찾은 방문객은 하루 평균 10~20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
이날 오전에 공원에는 산책을 하는 인근 주민 3명밖에 없었고, 한우테마관은 아예 문이 닫혀 있었다. 방문객이 거의 없다보니 평소에는 문을 닫고 있다가 방문객이 찾아올 때만 문을 연다는 게 관리자의 설명이다.
한우테마관 내에는 각종 회의나 행사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실도 조성이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이처럼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우선 접근성이 떨어진다.
자동차전용도로인 국도 24호선 바로 옆에 위치해 법적 기준에 맞지 않아 별도의 진입로를 마련하지 못했다. 때문에 명동마을, 대리마을 등을 거쳐서 약 2km 넘는 거리를 돌아와야 한다.
공원주차장에서 공원 내 한우직판장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차가 1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주변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도 극히 제한적이다. 1km가량 떨어진 명동마을, 대리마을에 다니는 차량 315번(삼남면 통도사~상북면 신리), 315번 지원노선(삼동면 중금곡~상북면 신리)뿐이다. 도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원으로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또 볼거리, 즐길거리 등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경기도 양주시 등 타 지자체가 운영하는 농어촌테마공원의 경우 공공승마장을 만들거나 딸기체험, 주말농장체험 등 주변 농가와 연계해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군의 농어촌테마공원은 주변 경관 감상 외에 즐길만한 콘텐츠는 한우테마관뿐이다.
이마저도 군의 특색이 전혀 없다. 우둔, 갈비, 안심 등 한우 부위에 대한 설명, 좋은 고기 고르는 법, 해체된 한우 조형물 등 일반적인 한우에 대한 전시물이 배치돼 있다.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특구와 축제에 대한 전시물이 있지만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간단한 개념 정도만 설명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중순 공원 내 한우직판장 운영에 나설 예정인 울산축협에서도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콘텐츠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울산축협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해 2번의 위탁 운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군이 조례에 따라 임대료를 30%감면해 주는 조건 등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고 대승적 차원에서 운영을 맡았다.
울산축협 관계자는 "언양, 봉계에도 유명한 한우 식당이 많기 때문에 굳이 농어촌테마공원까지 올 이유가 부족하다. 홍보도 부족해 1년 정도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군에서 한우테마관을 정비하는 등 더 많은 사람을 끌어오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은 별다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 공원은 당초 계획과 달리 인근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농촌지역에 있다보니 울산대공원 등 도심의 공원에 비해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한우직판장이 들어서면 이용객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창훈기자 us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