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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지역경제가 바닥이다. 지난해 4분기에도 지역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울산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위험한 신호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4분기 울산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울산에서 총1만2,917명이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됐다. 울산은 지난 1분기(-4,649명), 2분기(-2,583명), 3분기(-3,406명), 4분기(-1,279명) 등 매분기마다 순유출을 지속해왔다.
지난 2015년 80명 수준이었던 울산의 순유출 인구는 2016년 7,622명을 거쳐 2년 새 무려 160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내리막길을 달려온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막바지까지 경기를 회복하지 못 한채 해를 넘기면서 제조업의 생산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지역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기타 운송장비, 금속가공 등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전년동기 대비 5.9%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생산도 전문·과학·기술, 도소매, 교육 등을 중심으로 줄어 전년동분기대비 0.4% 감소했다.

소비 부진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승용차·연료소매점, 백화점, 전문소매점을 주축으로 매출이 하락하며 소매판매가 1.9% 감소했다. 소비위축은 곧바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건설수주액은 7,200억원으로, 토목과 건축부문 모두 줄어드는 바람에 전년동기보다 46.9%나 주저앉았다.

수출 선도 도시, 산업 수도라는 명성은 옛말이 됐다. 4분기 수출액은 총 144억 달러로 석유정제, 화학제품, 1차 금속 등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기계장비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에 전년동기대비 14.9%나 빠졌다.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의 허리를 휘청이게 했다. 같은 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보다 1.1% 상승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 등에서 가격이 내렸지만 교통, 음식 및 숙박, 기타 상품 및 서비스 등의 가격이 너무 뛰어오른 탓이다.

문제는 고용이다. 제조업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4분기 울산지역 취업자 수는 58만8,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0.9% 증가했다. 단순 수치로는 취업자는 늘어났지만 상용직근로자 중심 산업인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9.4%가 급감했다. 대신 구조조정 등으로 발생한 유휴 인력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비상용근로자인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15.4%), 건설업(18.4%) 등의 고용이 늘어나면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울산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인구유출이 심화됐다. 실제 경제활동이 왕성하지 않은 10대(81명), 70세 이상(79명)을 제외한 전 연령대(-1,439명)에서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통계청 측은 "인구 감소는 울산의 주력산업 부진으로 고용이 불안해지자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이동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역대 최악의 경기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최근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을 1년 더 연장해 줄 것을 국무총리실, 고용노동부 등 각 정부부처에 공식 건의했다.

울산지역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인 조선업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역대 최악의 소비 부진과 고용시장 악화가 이어져 지역경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울산상의는 판단한 것이다. 실제 동구의 경우 2013년 말 기준 18만4,297명이었던 인구가 지난해 말 16만9,605명으로 4년 새 8.6% 급감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경기부진에서 비롯된 인구 감소의 여파가 내수 부진, 부동산 가격 하락, 소비 등에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라며 "당분간은 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구는 곧 도시의 자산이자 미래성장의 담보물이다. 인구감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울산을 살고 싶은 도시,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로 만들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수도로서 승승장구해 오던 시절은 잊어야 한다. 지금 울산은 제조업 위축에 소비 위축이 이어져 불황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울산의 화약고이자 산업재해 1위라는 오명을 씌워준 산단은, 울산의 곳간이면서도 지역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지대이다. 이런 모든 요인들이 울산을 살고 싶은 도시,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가 아니라 떠나는 도시로 만드는 요인이다. 총체적 문제를 하나씩 점검해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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