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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공적 준거와 절차에 따라 공적 주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교육의 내용, 영역, 형식 그리고 체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사교육은 개인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 이루어지는 형식의 교육을 말한다. 공교육은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지만 사교육은 학습 보완을 목표로 한다. 


서양에서 근대 공교육이 체계화된 시기는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확립된 산업혁명 이후이고 우리나라는 갑오개혁(1894년) 이후이다. 그 이전의 교육의 대부분은 사적 영역이었다. 본래 교육은 사교육에서 출발했다.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멘토'라는 단어의 어원도 개인교사에서 나왔다. 오디세우스 왕이 트로이 전쟁을 나가면서 자신의 나약한 아들인 텔레마쿠스를 친구이자 가정교사인 '멘토'에게 맡긴 데서 비롯됐다. 자녀의 교육과 학습을 통한 성장을 '멘토'가 맡도록 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교회에서 서민들을 위한 공적인 교육을 일부 담당했고 지배층은 개인적으로 교습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성균관이나 향교에서 공교육을 맡았고 서원이나 서당에서는 사교육을 담당했다. 개인적으로 독선생을 들여서 과외를 시키기도 했다. 다만 여기서 중세의 교육의 목적과 의미는 지금과는 완연히 다르고 방대한 양이니 논외로 한다. 

어쨌든 교육의 출발은 사교육이었고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사교육과 공교육이 분화되고 양립해서 상호보완하며 발전해 왔다. 특히, 사교육은 공교육이 미치지 못하는 수많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보완하며 학생 개개인의 맞춤교육을 통해 학습의욕을 높이고 저렴한 금액과 저소득층 학원비 지원 등으로 오히려 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원 관련 종사자만 100만 명이 될 정도로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의 학원교육 콘텐츠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입시경쟁에서 보충교육의 형태 △아이들의 기본 체력과 소양을 기르는 예·체능 △기능인을 기르는 기술학원으로 보편화돼 왔고 △국제 화시대에 외국어교육까지 사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 사회가 더욱 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사교육도 하나의 교육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과연 'IT 강국 대한민국'의 칭호는 학교교육에서만 가능했을까? '김연아', '박태환' 등의 스포츠 선수들도 학교 교육에서만 가능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공교육을 살리자는데 이의가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죽이면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본말이 전도된 해결책으론 어림도 없다. 태생적으로 사교육은 공교육을 절대 앞서 끌고 갈 수가 없다.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에 따라 학원교육도 거기에 특화되고 맞춰지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보완해주는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교육이다. 사교육의 번성은 사회적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자원과 일자리는 부족하고 좋은 직장에서는 좋은 학교 출신들을 뽑는다. 거기다가 출신학교가 곧 그 사람에 대한 판단 기준인 세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을 죽이려고 억제하려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 공교육 스스로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정책을 궁리하는 것이 공교육의 당면 과제 아닐까. 단언컨대, 사교육을 축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규제 일변도의 인위적인 조치가 아닌 학벌 지상주의를 타파하고 입시제도를 잘 정비해 꾸준히 지속시키는 등의 교육 백년대계를 잘 세우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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