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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이름에서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의 호칭은 좋은 사례이다. 동·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모양, 소리 등으로 이름을 짓기 때문이다. 동·식물의 이름은 학명, 국명, 지역명 등 세 가지로 부른다. 학명은 국명과 지역명 만큼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되지 않는다. 지역명은 세대로 답습된 이름이기에 역사가 담겨있어 과거를 연구하는데 도움도 된다.

학은 세계적으로 15종이있다. 그중 인도의'인도 큰 두루미','몽골, 티벳, 중국의 쇠재두루미', 러시아의 '시베리아 흰두루미', 중국의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야생에서 번식한다. 일본의 북해도에는 넓은 습원이 있어 '두루미'가 야생에서 서식한다. 한국은 과거에는 텃새로 서식했으나 현재는 월동지로 도래한다. 순천만·천수만(흑두루미, 재두루미), 철원(두루미, 재두루미) 등이 겨울철에 관찰할 수 있는 대표 월동지이다. 학은 자연성이 높고, 넓은 습지환경을 좋아한다. 환경만 조성하면 다시 찾을 수 있으며 텃새로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 학은 학명(Grus japonensis)보다 국명 혹은 지역명이 친근하다. 학은 두루미·단정학·단조 등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같은 새이면서 다른 이름이다.

학, 두루미·단정학·단조 등으로 부르는 새는 중국·한국·일본 등 3국에서 같은 종이다. 중국은 번식지이다. 한국은 월동지이며, 일본의 북해도는 서식지이자 월동지이다. 남쪽의 이즈미시는 흑두루미 전용 월동지이다. 같은 새를 두고 나라마다 이름이 다른 이유는 관점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한국·일본 등 3국은 같은 새를 두고 학, 두루미, 단정학, 단조, 츠루(つる) 등으로 부른다.

학(鶴)은 중국 한자 이름이다. 새의 깃의 색과 꼬리의 형태를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 학에는 '흰 빛깔의 새','꼬리가 짧은 새'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꼬리가 짧은 학은 높이, 오래, 멀리까지 날아간다. 매년 아무르강, 힌간스크, 하바롭스크, 한카호 등 광활한 습원(濕原)인 번식지에서 월동지인 우리나라 철원, 천수만 등지를 찾는 학은 약 3000㎞거리를 날아온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학은 목 주변 일부와 셋째 날개 깃을 제외하고는 온통 흰 빛의 깃털이다. 꽁지의 길이도 좀처럼 확인하기 어렵지만 짧은 것도 사실이다.

두루미는 순수 우리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았던 두루미는 이름에 대한 두 가지 유래가 전한다. 하나는 울음소리에서, 다른 하나는'들에 사는 새'라는 의미이다.

먼저 울음소리가'뚜루루루- 뚜루루루-'혹은 '뚜룩 뚜룩'하고 운다. 항상 암수가 함께 운다. 수컷이 먼저 큰 소리로 뚜루루루- 뚜루루루-하고 울면, 뒤 이어서 암컷이 마치 부름에 화답하듯 짧고 낮게 뚜룩 뚜룩하고 운다.

'두루'는 들, 벌판, 들판, 초원, 습원, 습지 등을 부르는 우리말이다. 지역에 따라 현재도 쓰이고 있다. 결국'들에 사는 새'가 두루미로 인식된 것이다.

단정학(丹頂鶴)은 주로 일본에서 사용되는 두루미의 다른 이름이다. 학의 머리 부분(정수리)을 부각시켜 부르는 이름이다. 학은 다 자란 암수는 공통으로 정수리가 붉은 색을 띤다. 이를 한자로 표현하면 붉은 단(丹), 정수리·머리·꼭대기를 의미하는 정(頂), 흰 새 학(鶴)이 된다. 정수리의 붉은 색은 비번식기보다 번식시기가되면 붉은 색이 뚜렷해진다. 정수리가 붉을수록 건강한 학이다.

단조(丹鳥)는 단정학(丹頂鶴)을 줄인 이름이다. 단학(丹鶴)과 함께 같은 의미로 쓴다. 주로 일본에서 자주 사용하는 츠루(つる)는 두루미의 일본 말이다.

어떤 사람은 학과 두루미가 다른 새로 알고 있는 경우도있다. 특히 학은 보았는데 두루미는 못 보았다는 경험을 이야기를 할때면 그저 듣고있기만하기에는 입이 간지럽게 느껴진다. 이런 사례는 다만 학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무심코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학(鶴)은 한자이며, 두루미는 우리말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외 영문이름 크레인(Crane)은 두루미의'긴 목'을 부각시켜 붙여진 이름이다. 신축 아파트 등 건축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철근 등 건축자재를 고층으로 운반하는 구조물 운반도구 크레인과 같은 이름이다. 호미를 유식하게 학서(鶴鋤)라고 부르는 이유도 호미의 머리 부분이 마치 학의 머리와 부리의 생김새와 비슷해서 그렇게 부른다. 꽃중의 꽃을 한자로 표현할 때 화중왕(花中王) 혹은 줄여서 화왕(花王)이라 한다. 모란과 해당화를 지칭한다. 새중의 새 즉 조중왕(鳥中王)은 어떤 새일까? 우리나라 조상들은 망설임없이 이냥 학을 두고 조왕(鳥王)이라 말했다. 학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사자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흔하지 않으면서 독보적인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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