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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 하면 터지는 대형 참사가 고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이어 올 1월 21일 서울 종로구 여관 화재와 같은 달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도 대형 화재가 일어나 전 국민을 놀라게 했고, 아직도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특히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은 현재까지 40명이 사망해 국내 단일 건물 화재 사고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으로 기록될 정도로 말 그대로 참사가 아닐 수 없었다. 병상에 묶여 옴짝달싹 하지 못했던 고령 환자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시신을 찾지 못해 울부짖던 아들의 고통, 18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극을 보면서 '안전한 울산, 안전한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사고 이후 수많은 불법과 무관심이 드러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참사가 또다시 일어났다. 정부가 내놓은 안전대책의 실효성 논란,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과 허술한 법 체계에 대한 비판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 탓'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남 탓'만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사고들이 인재(人災)임은 명백한 사실인데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왜 막을 수가 없었던 걸까.

사고 발생 이후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철저한 화재예방 대책 마련은 물론, 시설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있다면 개정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틀린 내용은 하나도 없다. 전부 맞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지금까지 왜 화재예방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는지, 안전점검을 하지 않아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있었다면 왜 몰랐으며 왜 지금까지 개정하지 않았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항상 그러하듯 대형 사건사고 이후에는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계속해서 되풀이 되는 이유는 제도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진심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준 최근의 화재 참사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각자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화재 예방 대책을 준비하고 안전점검을 이행하는 등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공무원은 정말 내 가족을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대책을 준비하고 안전점검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피훈련도 철저히 해야 한다. 공무원 만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관심을 가져야 만이 '안전'은 지켜질 수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많은 분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는 밀양소방서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소방관으로서의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묻어나는 말로 느껴졌다. 이번 화재참사를 계기로 각자의 위치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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