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훌쩍 지나 어느새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코앞이다. 봄기운이 찾아오면 학교에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학기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아이는 새롭게 만나게 될 친구들이 누굴까, 어떤 선생님과 수업을 하게 될까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지만 또 다른 이유로 긴장의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엔 새로 만난 학생 사이의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다. 서울의 한 선생님은 이를 '3주의 징크스'라고 칭했다. 개학 직후 1~2주를 지나 3주차가 되면 크고 작은 학교폭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신학기를 맞아 학년이 바뀐 아이들은 '탐색의 시기'를 겪게 되는데, 새 친구들을 살펴 친하게 지낼 친구, 그렇지 않은 친구 등을 판단한다. 여기서 학생들의 '서열'이 정해지기도 한다. '3주의 징크스' 시기에 체격과 힘, 소문 등을 통해 교실 안의 '강자'와 '약자'가 정해지는 것이다. 

신학기에는 학교폭력 발생건수 및 학생·학부모 상담 요청이 다른 달에 비해 30% 이상 늘어나고, 4~5월 정점에 이른다. '3주의 징크스'인 이 시기엔 심각한 폭력보다 친구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갈등에 대한 상담 요청이 많은 편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낯선 친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해나 마찰이 빚어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지만, 학기 초 발견되는 친구관계의 갈등을 방치하면 몇 달 뒤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란 교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신체·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한 집단폭행, 협박, 금품갈취, 스토킹, 성폭력 등 여러 유형이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학교폭력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해 사이버 상에서 피해자가 단체 채팅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해 괴롭히는 '카톡 감옥방', 채팅방에서 한사람을 상대로 단체가 욕설·비방하는 '카톡 왕따',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 스마트폰 데이터를 무제한 요금제로 가입하도록 강요한 후 핫스팟 기능을 활성화해 이를 사용하는 '와이파이 셔틀'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도 나타나고 있다. 교실에서 채팅방으로, 몸에 대한 괴롭힘에서 마음에 대한 괴롭힘으로 모양새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로 선생님과 부모의 시선이 미치기 어려운 유형이다.

때문에 부모와 주위 어른들이 세심한 관찰을 통해 학교폭력의 피해 징후가 있는 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학교폭력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학생 중엔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럴 경우 그저 꾸짖지 말고 대화를 유도해 최근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 게 좋다. 자녀의 적응을 돕고, 친구 관계 등 문제점을 파악하려면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대화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는 항상 내 편'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털어놓을 수 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면서 각 학교 및 관계기관도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도 금품 갈취나 단순 폭력뿐만 아니라 SNS나 채팅방에서 비방이나 욕설을 한 때도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등·하굣길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학교전담경찰관을 적극 활용해 학생들과 지속적인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생 안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흔히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 일컫는다. 우리 사회가 그렇듯 학교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 '작은 사회'를 보며 아이들이 '힘' 또는 '주먹'이 우선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