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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햇볕은 제법 따스합니다. 햇볕이 머무는 동네 주차장. 자동차 아래서 겨우내 웅크리고 지낸 길고양이들이 주차장 담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여러분 중에 지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친구는 없겠지요. 새 학년, 새 교실, 새 친구들과 잘 지내나요? 다 괜찮은데 선생님이 문제라고요? 그래요, 맞아요. 때때로 선생님과 잘 지내기 힘든 친구도 있고요. 바뀐 환경이 두렵고 어색한 친구도 있겠지요. 그래서 느꺼울 정도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친구도 있을 거예요. 혹시 느껍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저도 남호섭 동시집 '벌에 쏘였다'를 읽기 전에는 몰랐어요.


느껍다

남호섭

- 저 진아예요. 잘 지내세요오?
쌤, '느껍다'라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문자가 왔다.
문자만 읽는데도
잘 웃던 진아 모습이 떠올랐다.

- 어떤 느낌이 가슴에 사무치게 일어나는 거

- 역시 우리 쌤! 고마워용 ♡ 보고 싶어요 ㅠㅠ
난데없는 휴대 전화 문자 한 통이 한없이 느껍다.


벌에 쏘였다

남호섭

목숨 다 바쳐
벌이 나를 깨우쳤다.

기쁘고 슬프고 걱정스럽고
욕심내고 성낸 일
모두

아픔 하나로 사라졌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벌에 쏘였다'는 지리산 너른 품에 사는 남호섭 선생님의(경상남도 산청 간디 고등학교 재직) 세 번째 시집입니다. 이 동시집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반칠환 시인은 '벌에 쏘였다'는 '세상 구경'이라고 말합니다.
이 시집에는 학교, 생태, 농촌, 노인, 분단, 인물, 통일, 노동, 세계, 그리고 삶과 죽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 보석 같은 작품들이니 시간 날 때마다 천천히 두고두고 읽기를 바랍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겠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각하는 '세상 구경'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봄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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