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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남구는 중구, 울주군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20년간 다섯 번의 구청장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보진영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고, 역대 총선에서도 보수의 텃밭이었다. 직전의 제6회 지방선거 땐 보수의 대표주자인 자유한국당의 현 서동욱 구청장과 통합진보당 소속 김진석 후보의 맞대결에서 서 구청장이 60.6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9.30%에 머문 김 후보를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눌렀다.

 

#보수텃밭 총선·대선 거치면 민심 변화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남구의 바닥 민심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2016년 4월 총선에선 보수 맏형 격인 한국당이 남구갑과 을 선거구 2석 모두를 차지했지만, 2위와 불과 2~3% 간발의 득표차로 당락이 엇갈리는 신승이었다.

종전과는 달라진 남구의 민심은 20대 총선을 거쳐 지난해 5월 대선에서는 진보 지지층의 표심이 보수 텃밭을 갈아엎는 대이변을 낳았다. 당시 남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36.89%를 득표하며, 28.96%에 그친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무려 7.93%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에 대한 남구 유권자의 표심은 북구와 동구에 이어 울산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당의 입장에선 당장 100일 안으로 당겨진 6·13 지방선거의 남구 수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물론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1년 전 대선 당시의 표심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한국당으로선 부담이다.

남구의 안방을 선점하고 있는 한국당은 이기는 선거를 위해 지역의 탄탄한 기반과 자질은 물론 높은 인지도까지 겸비한 후보를 내세울 방침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높은 당 지지도를 실제 지지층 확산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다 충성도가 높은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진보진영도 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표심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울산 최대 인구와 핵심 상권이 밀집한 남구의 단체장 선거가 시민들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만큼 정당별로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

우선 본선에 앞서 현재 진행형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공천경쟁에다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에 시선이 꽂힌다.
남구청장 수성에 사활을 건 한국당에선 나름의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인사들이 1차 관문인 경선 통과에 진력하고 있다. 여당과 중도에서는 새 인물을 대표 주자로 내세워 준비 중이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경선이 예상되는 민주당에선 김승호(52) 울산시당 정책조정위원장과 김지운(51) 울산시당 대변인, 김진규(50) 변호사, 박성진(49) 남구의원, 서종대(56) 전 남구체육회 사무국장 등 신인 5명이 예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에선 현직 서동욱(55) 구청장이 재선 도전을 준비 중인 가운데 변식룡(60) 울산시의회 부의장과 임현철(51) 울산시의원이 공천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서 구청장 못지않게 도전하는 두 시의원도 일찌감치 선거를 준비하며 조직 다지기에 공을 들여온 터여서 치열한 경선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기초단체장에는 당협위원장의 책임 공천을 주문한 상태여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채익(남구갑)·박맹우(남구을) 의원의 복심이 공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변수
여야 거대 양당에 맞서는 바른미래당에선 고원도(56) 남구을지역위 공동위원장이 출마를 고심 중이고, 민중당에선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단체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남구에서만 무려 9번의 선거를 치른 김진석(55) 남구위원장이 다시 도전한다. 정의당에선 이재석 남구위원장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남구청장 선거는 전통적 강자인 한국당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가 변수지만, 파괴력을 확보할 지는 미지수다.
남구의 지방선거 이슈는 석유화학공단 안전망 구축과 옥동 군부대 이전, 울주군청사 활용 문제, 울산항 정비, 장생포 고래특구 개발, 신정동 상권활성화,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모아진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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