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이번엔 저가 수주 경쟁 '경고등'
조선업계, 이번엔 저가 수주 경쟁 '경고등'
  • 하주화
  • 승인 2018.03.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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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TX조선 회생 결정 따라
중견업체간 일감확보전쟁 예고
대형조선사도 가세 업황 먹구름

수주가 바닥을 치면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조선사들이 최근 수주 낭보를 전하며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이후에도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인상에 따른 수익성 확보 어려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으로 STX가 회생 불씨를 살린만큼, 현대미포조선 등 경쟁관계에 놓인 중견업계 내부의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 중형 유조선 단가 호황기 20% 이상 ↓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이 최근 수주 협상을 이어왔던 해외선사 A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발주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6척을 발주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고, 미포조선과 우선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외선사들이 저가발주를 기대하며 국내 조선사간 수주경쟁을 관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가 고강도 자구노력을 조건으로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해양을 회생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중견 조선업계의 수주경쟁 심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포조선은 지난해까지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한조선 등 중견업체와의 경쟁에서 독보적 수주 성과를 올려왔다. 지난해 발주된 중형 유조선은 모두 87척으로, 이중 미포조선이 45척을 수주하며 절반 이상을 휩쓴 것이다.

하지만 업황이 침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조선사 간 주력 선종의 경계가 옅어진데다, 대형 3사까지 VLCC를 포함한 유조선 전반으로 일거리 확보에 나서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생 절차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살아남기 위해 저가 수주에 뛰어들면서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TX조선해양 입장에서 볼 때 단가 낮추기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선가가 호황기의 20% 이상 낮은 수준에서 더디게 회복하고 있고, 철강업계의 강재 가격 인상과 더불어 중국 조선업계의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금융지원 등 당장 회생하기에는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기준 중형 유조선(MR탱커) 신조선가는 척당 3,400만 달러에서 3,500만 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 척당 3,250만 달러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호황기 척당 4,500만 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 원자재 가격 상승 수익성 악영향 한몫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의 주재료인 후판 가격에는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후판 가격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추가적인 원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중국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경쟁력은 기술력인데 이미 중국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주를 한다 해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현재 5만t급 중형유조선 가격은 3,350만 달러에 형성됐는데 이는 조선 호황기보다 여전히 25% 이상 낮은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쉽지 않은 중형조선사에 이 같은 가격에서 수주를 해도 남는 돈은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 미포조선은 올해 들어 2개월 간 9척(PC 1척·컨테이너 6척·LPG 2척)을 수주했다. 호황기를 제외하고 통상 40여척을 수주해왔던 예년과 비교할 때 2개월 평균 목표 척수는 넘어섰다. 그러나 마진은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9척은 2억 7,000만 달러에 계약됐는데, 이는 40여 척을 기준으로 한 올해 목표 30억 달러 대비 8.9%가 부족하다.

# 기술력 추격 中 위협까지 거세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과도한 공적자금 투입이 시장질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안배 하지 않을 상황에서 호흡기만 달아주게 되면 결국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조선사들도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 LNG선 부문에서 독보적 기술력이 있는 대형조선사들은 중형사보다 상대적으로는 형편이 낫다.

영국 조선·해양 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발주된 LNG선은 모두 9척이었는데 이 가운데 국내 대형사들이 8척을 수주했다. 8척 모두 17만㎥급 대형 LNG선이다. 경쟁국인 중국은 1만8,600㎥급 LNG벙커링(해상급유)선 1척을 수주한 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LNG선을 포함해 올 들어 지금까지 총 29척, 20억 달러의 선박을 수주했다. 하지만 척당 수주단가가 높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적신호가 들어온다. 지난해 싱가포르 셈코프가 따낸 FPSO(부유식 원유 생산설비) 상부구조물 입찰이 대표적이다.

국내 빅3 수주가 유력시됐지만, 저렴한 노동력 등을 앞세운 셈코프에 무너졌다. 기술력이 가격경쟁력 앞에 무너진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잔여 해양공사가 NASR(나스르) 1기에 불과하고, 관련 채권 잔액도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안지은 연구위원은 "지난해 수주가 다소 늘었지만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원자재 가격이 저점을 지나 오른다는 점도 수익성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저가수주 우려도 있기 때문에 수주 물량 질에 대한 확인이 계속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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