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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꽃들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꽃은 추운 겨울을 지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렇게 또 피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내년에도, 아니 내가 가고 없더라도 이 자리를 지키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처음으로 외국에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에서 피는 예쁜 꽃들을 보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특히 노란색 민들레꽃을 보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민들레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살아가는 환경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리라. 

온산읍장으로 발령받고 근무한 지 두 달이 막 지나고 있다. 복합행정을 하는 곳이라 다양한 민원과 주민의 불편한 곳을 살펴본다고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지난 1월 두 번째 이장 회의서류를 준비하면서 관내 협죽도(夾竹桃)가 있는 지를 조사해야 했다.

협죽도에 대한 사진을 자세히 보니 분명 예전에 본적 있는 나무였다. 그 꽃이 예쁘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협죽도는 꽃이 복숭아를 닮아서 다른 이름으로는 유도화·류선화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인도·유럽동부 등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죽도는 상록관목으로 개화 시기는 7~8월로 붉은색, 흰색, 노란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복숭아꽃을 닮았다. 이식하기가 쉬워 키우기 비교적 쉽고,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전남 등 남해안 지역에서 잘 적응한다.

하지만 청산가리 6,000배인 강력한 독성을 지닌 독나무로 불리며 섭취할 경우 구토, 복통, 설사, 심장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 생명의 위험을 초래한다. 또한 나무를 태운 연기를 흡입하는 것도 치명적이며 나무, 잎, 꽃을 만지는 것만으로 위험할 수 있다.
필자가 협죽도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은 독성 때문이었다. 청사가리로 꿩과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보았기에 지금까지도 청산가리가 가장 독한 약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보다 엄청 더 무서운 독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사약(賜藥)의 재료와, 독화살을 만드는데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독을 아름다운 꽃에다 숨기고 있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한 나무이다.

다행히도 우리 관내에는 협죽도가 없었지만 시내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발견 됐고 부산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꽃이 아름다워 집 베란다에 키우고 있었다. 키워도 좋지만 반드시 그 무서움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초에 호주 시드니를 다녀왔다.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건너편인 더들리페이지(Dudley page reserve) 공원에서 협죽도를 보았다. 예전에 협죽도를 본 것이 바로 여기였다. 앞 쪽에 있는 협죽도는 최근에 전지를 했는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공원을 올라가니 뒤편에 큰 협죽도 나무가 꽃을 피워 필자를 부르고 있었다.

울창한 나무는 보기에는 전혀 독과는 상관이 없는 꽃나무로만 보였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협죽도가 위험한 줄을 알지만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몇몇 가정에서는 정원수로 심어놓고 그 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흔히 호주를 '예방과 안전의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예방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그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있다. 협죽도의 위험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전부 없애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 위험을 다 알고 서로 공생(共生)해야 할까. 아름다운 꽃, 그 속에 크나 큰 위험을 있음에도 함께하고 있는 호주에서 필자는 어려운 숙제 하나를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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