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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 시인: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등의 시집 발간. 김수영 문학상 등 다수 수상.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올 겨울 한파는 정말 대단했다. 몇 십 년 만에 들이닥쳐서 그런지 한파의 끝이 보일 기미는 입춘이 지나서도 보이지 않았다. 겨울 한 철은 농한기라 꼼짝하지 않고 실내에서만 버티면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세탁기 배수구가 얼어서 녹이느라 고생도 했는데 이내 주입구 수도가 얼어서 녹인다고 재차 곤혹을 치렀더니 겨울이 밉기도 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변두리 시골이라서 그런지 영하 10도를 훌쩍 넘긴 날이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동계올림픽 치른다고 그런지 매서운 날이 연일 계속 되었지만 차가운 날씨가 가져다주는 것은 유년의 추억 속에 갇혀 있었던 그 겨울이 아니었을까?


조무래기 시절에는 그랬다. 각목이나 철사나 널빤지만 생기면 썰매를 만들어 냇가로 나가 얼음지치기 놀이를 했던 그 때는 추위도 몰랐다. 어떤 날은 녹은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다가 넘어지면 주위의 풀잎이나 나무토막을 주어다가 불을 지펴서 말리기도 했거니와 어떤 날은 바지나 양말을 태워 먹어서 혼난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 시절에는 얼음이 잘도 얼었다만 요즘은 냇가에 얼음이 어는 날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기온의 변화가 많이 일어난 것은 환경을 가꾸지 못한 인간들의 업보일까?
돌멩이 하나 집어 들고 겨울의 허공에다 돌을 던진다. 쩡쩡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텐데 우수 경칩이 지났으니 아마도 완연한 봄이 와야만 던진 저 돌이 땅에 떨어질 것 같다.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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