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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노사가 올해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한 1.9%로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서 지난해 임단협에서 합의한 '기본급 1% 행복나눔 기부금'에 이어 두 번째 약속을 이행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어제 SK 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SK에너지 조경목 사장,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임협 조인식을 갖고 2018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 2월 23일 올해 임금 협상 교섭 첫 상견례를 가진 지 일주일만인 3월 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내고 지난 1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찬반투표 결과, 역대 최고 찬성률인 90.34%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임단협을 통해 향후 임금인상률 결정은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시키기로 한 합의를 이행한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의 미래지향적 노사문화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동안 임금 협상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일년 이상 걸리는 소모적 협상과정을 이번 협상에서는 일주일로 단축시켰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통상 임금협상 기간이 길어지면 경영진은 경영에 온전히 전념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생산성도 떨어지게 되는데, 새로운 임금교섭 방식이 그 같은 문제를 완전히 해소시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SK 구성원들은 갈등과 투쟁 일변도의 노사 문화가 이제는 사회와의 상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데 모두가 뜻을 함께 해준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SK 노사의 이 같은 선택은 무엇보다 대기업 노조가 보여준 그동안의 태도를 완전히 불식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울산의 경우 대표적인 대기업 노사인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경우 고질적인 노사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지고 대외신인도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상황이다.

지금 현대차는 창사 이래 사상 유래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공장 가동률은 북미, 인도, 터키, 러시아 등 글로벌 생산 거점 7곳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차량 판매가 저조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7% 급감할 정도로 하락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 내 반한 정서가 여전히 크고 경쟁사들은 이를 악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드 사태를 활용한 '애국 마케팅'에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토종업체의 선전도 현대차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시장은 자동차 산업수요가 줄어든 반면 공급 과잉으로 업체간 판촉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판촉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판매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다.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여력도 떨어져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더 심각 한 것은 현대차에게 이 같은 상황을 뒤집을 반전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내부 결속과 노사화합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도 현대차의 경우 해마다 임금협상이 회사의 갈길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 모두가 상생을 이야기하고 함께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을 약속했지만 협상만 시작되면 갈등과 반목은 또다시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더구나 갈수록 악화되는 대내외 연건을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요구나   어깃장으로 비칠 수 있는 협상방법이 노사간 불신의 골만 깊게 하고 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수주가 바닥을 치면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조선사들이 최근 수주 낭보를 전하며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이후에도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인상에 따른 수익성 확보 어려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으로 STX가 회생 불씨를 살린만큼, 현대미포조선 등 경쟁관계에 놓인 중견업계 내부의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의 경우 지난 2~3년 동안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자동차산업까지 최근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경제 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울산은 조선업 침체 장기화로 관련 사업체 축소와 일자리 급감은 물론 인구·생산·소비·부동산 등 지역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노사 모두의 인식이다. SK노조가 발빠른 협상과 타결로 상생을 이끌어낸 저변에는 위기 상황을 먼저 돌파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다른 기업들도 이를 귀감으로 삼아 오늘보다 내일을 바라보고 한발 앞서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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