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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입주기업 사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적이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로 그동안 김해에 있다가 물류비용 절감과 주력 제품 생산을 위해 기존 공장을 정리하고, 중공업과 가까운 울산 신규 산업단지에 입주했는데 공장 가동 직전 조선경기 불황이 닥치면서 물량 발주가 줄어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대출이자 압박까지 겹쳐 급기야 경영 악화로 공장문을 닫아야 할 지경까지 왔는데, 산업단지 준공 처리라도 빨리 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사연이었다.

새로운 산업단지로 이전해서 새출발을 하지도 못한 채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보면서 사업자와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지, 듣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 울산의 주력산업이자 대한민국 대표 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관련 여러 중소기업은 이처럼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경기불황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경우 해외 판매가 부진하고 글로벌 공급 과잉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조선업도 경쟁국 대비 높은 인건비, 저유가로 인한 수주 가뭄, 중국의 추격 등 일감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지금 우리는 빅데이터, ICT,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생명과학 주도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급속도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미국 등지에서 스마트공장,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산업계는 뒤늦은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울산에는 2개의 국가산업단지가 있으며, 공영·민간개발로 조성된 일반 산업단지 13개, 농공단지 4개가 가동 중이다.  또 현재 10개의 산단이 조성 중이고, 9개 가 계획 수립 중이다. 이들 산단 입주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 위주 공장들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력 확보를 위한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울산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제조업에 ICT 융합이라는 날개를 달아 생산공정을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혁신기업으로 가득 차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창출하는 스마트 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바탕으로 울산의 미래형 산업단지 개발을 통해 고도·첨단화, 융복합을 주력으로 하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이들 혁신산업과 학교, R&D 시설 그리고 주거와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4차 산업혁명 혁신 스마트 산업단지'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인재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해 울산이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재도약하는 '기회의 땅, 글로벌 울산'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빅데이터 관리를 통해 각 회사 실정에 맞게 활용하면서,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울산시는 올해 6월 울산 테크노일반산업단지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장현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계획 중에 있다. 이들 산업단지는 울산 주력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로 나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울산의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5년, 10년 뒤를 바라본 선제적 특성화 산단 조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얼마 전 언론에서 보도된 울산시장 앞으로 온 서른 살 청년의 편지 한 구절은 아직도 인상적이다. '울산시가 유치한 외국계 화학회사에 취직했다. 내 '노력'이라는 숟가락을 얹을 '밥상'을 차려줘서 감사하다'는 구절은 그 어떤 미담보다 감동이었다. 울산의 청년과 다음 세대를 위한 '4차 산업혁명 혁신 스마트 산업단지'라는 '밥상'이 새로운 울산의 희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논어에 이청득심(以聽得心: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그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다)이란 말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주의 깊게 경청하고, 실행에 옮길 때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가져올 풍성한 혜택을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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