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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시즌이 절정이다. 그 덕에 매주 축의금 나갈 곳이 2곳은 된다. 많을 때는 5곳 까지 늘어난다. 이럴 때는 지갑을 도둑맞은 것 같다. 지인들의 자녀 결혼식이 이어지다보니 시간 맞춰 식장 다니느라고 점심도 거를 때가 수두룩하다. 결혼식 시간이 비슷하다보니 나타나는 웃지 못 할 기현상이다.

오래전 지인들 자녀 결혼식은 가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다음에 만나면 무안해질까봐 하는 수 없이 봉투를 챙겨들고 찾아간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독(孤獨)과 고립(孤立)의 차이를 묻는다면 다소 황당해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뒤 한 글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멀다.

엊그제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었다. 큰 제목은 은퇴 후에도 친구 좋아하다 빈 지갑 된다는 기사였다. 그냥 지나치다가 다시 기사를 꼼꼼하게 챙겨 읽었다. 은퇴가 절정인 7080 세대 중심에 있는 필자에게도 절실히 와 닿는 내용이었다. 수입은 없거나 줄고 있는데 비해 나갈 돈은 왜 그리 많은지….

앞서 말한 지인들의 결혼식 축의금도 고립되지 않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수단 가운데 하나다. 법정 스님은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산문집에서 '고독과 고립은 다르다.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 있어도 고립돼서는 안 된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관계 속에서 거듭 형성되어 간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으려면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했다.

7080 세대들은 이 나라를 부흥시킨 산업역군이었다. 이들이 청춘이던 197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은 먹고사는 문제로 걱정을 덜 하는 국가가 되었다. 근래 이들의 자녀 결혼식이 가장 많다. 그런 이유로 내야할 축의금 역시 엄청나다. 요즘은 빼도 박도 못하게 청첩장이 문자로 온다. 과거는 청첩장을 받지 않아서 못 갔다고 할 수 있는데 언감생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부터 지갑 여는데 인색해져야 하겠다. 조만간 지갑을 열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 만나는 것부터 좀 줄여야 하겠다. 친구 좋아하다 기둥뿌리 뽑힐 수도 있는 날이 올 것 같아서다.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들은 가장 잘 나가는 회사부터 매각 처분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안 팔리는 물건으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알짜배기 회사부터 팔아서 자구책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가장 알짜배기는 무엇일까. 뭐라도 줄이기는 줄여야 하겠는데 무엇부터 줄일까, 당장 매일 만나는 알짜배기 친구부터 수를 줄여보자. 아니면 매일 피우는 담배와 즐겨 마시는 술부터라도 줄여보자. 이 참에 아예 끊어 버리면 어떨까. 무엇이든지 성공을 목적으로 하려면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어느 정도 이것이 실천 가능해졌을 때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고독과 고립의 차이다. 위에서 밝힌 것들을 실천하려면 고립이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고립되지 말고 고독해 지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예식장 찾아가지 않아서 고립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숲속에 홀로 있는 느낌, 고독해져보는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자. 고독의 고수가 되면 지금까지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살아왔던 날들이 도리어 허망해질 수 있다.

또 고독의 실제의미를 깨닫게 되면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찾아나서 게 된다. 실제로 고독해지면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면서 사랑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랑보다 고독, 외로움을 상위에 두는지도 모른다. 현재 7080 세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위로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아직도 손 벌리는 자식들 때문에 스스로를 위한 노후 준비는 거의 없다. 매일을 헐떡이며 살지만 노후에 대한 해답이 없다. 직장에서 밀려나는 순간 갈 곳이 없다. 고독과 고립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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