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 불알이라. 꽃 이름에 왜 개 불알이 들어갔을까요?
그럼 개불알꽃과 개불알풀은 같은 종일까요? 다른 종일까요?
이름은 비슷하지만 다른 종입니다. 여기서 꽃이 개 불알을 닮은 것은 개불알꽃이고, 열매가 개불알을 닮은 것은 개불알풀입니다.

개불알꽃은 난과(蘭科)에 속하는 식물이고 개불알풀은 현삼과(玄蔘科)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꽃의 크기나 모양새도 완전히 다릅니다. 개불알꽃은 1922년 일본인 식물학자 모리 다메조(森爲三)가 발간한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라는 책에 '개불알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꽃의 모양이 개의 불알을 닮은 탈을 쓴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겠지요. 이 개불알탈은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서는 개불알꽃으로 등장하고 큰개불알꽃도 함께 등장합니다. 이 책에 등장한 개불알꽃은 2007년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복주머니란'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함에 따라 이후 복주머니란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됩니다.


그럼 개불알풀과 큰개불알풀은 같은 종일까요? 다른 종일까요?
개불알풀속(Veronica) 속씨식물이라는 점은 같으나 좀 다릅니다. 먼저 꽃의 크기와 원산지가 다릅니다. 개불알풀 꽃의 지름은 5mm내외로 꽃에 연한 자주색 줄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에 큰개불알풀은 꽃의 지름이 10mm내외이고 꽃은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개불알풀의 원산지는 동아시아로 토종이며 큰개불알풀은 유럽이 원산지로 귀화식물입니다. 큰개불알풀은 1876년 개항이후 귀화한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불알풀과 큰개불알풀의 이름은 씨방의 모양이 개(犬)의 불알(陰囊)을 닮아서 일본인 식물학자 마키노가 붙인 이름인데 이 두 식물의 씨방 모양이 약간 다릅니다. 개불알풀의 씨방은 비교적 볼록하고, 큰개불알풀의 씨방은 좀 납작합니다.

 

 

개불알꽃(복주머니란)
개불알꽃(복주머니란)
개불알풀
개불알풀
개불알풀열매
개불알풀열매
큰개불알풀
큰개불알풀

 

'개불알풀'이란 이름이 어감이 좋지 않고 민망스럽다고 하여 봄까치꽃으로 부르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봄까치꽃은 1949년에 발간된 우리나라식물명감에는 '봄까지꽃'으로 나옵니다. 봄까지꽃이란 봄까지 피는 꽃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봄까지꽃이 누군가에 의한 오류인지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봄까치꽃'으로 그럴듯한 이유를 달고 SNS상에서  불리게 됩니다. 나아가 90년대 후반 이해인 님의 '봄까치꽃'이란 시가 나오면서 개불알풀은 봄까치꽃으로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혜인 님의 시 제목은 '큰봄까치꽃'으로 해야 맞습니다. 이해인 님이 시를 쓸 때 본 꽃은 분명 큰개불알풀입니다. 시 구에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이란 말이 나옵니다. 하늘색 꽃이라면 당연히 큰개불알풀이지요. 개불알풀을 봄까치꽃으로 불렀다면 큰개불알풀은 큰봄까치꽃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아하 이것도 헷갈리는데요. 큰개불알풀과 큰개불알꽃은 뭐가 다른가요? 같은 종입니까? 다른 종입니까? 이것은 같은 종인데 사람들이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3월입니다.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인데도 우리 행복정원에는 큰개불알꽃이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그 예쁘고 귀여운 파란 꽃을 연신 피워내고 있습니다. 아마 1월부터 양지바른 화단에서 그 꽃을 본 것 같습니다.


큰개불알꽃의 그 개불알은 일본인 식물학자 마키노가 그 열매의 모양이 개의 음낭을 닮아서 이름을 붙인 것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채용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름도 일본에서 가져오고 듣기도 민망스러우니 고쳐야 할까요? 아니면 느릅나무나 철쭉처럼 우리말이 일본의 나무 명에 영향을 미친 것도 있고 재미도 있으니 그냥 두는 것이 좋을까요?


고친다면 개불알꽃은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주머니란으로 부르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개불알풀과 큰개불알풀이 문제인데 개불알풀은 봄까치꽃으로, 큰개불알풀과 큰개불알꽃으로 혼용해서 부르는 큰개불알은 큰봄까치꽃으로 부르면 어떨까요?
빠른 시간 내에 불경스러운 이름과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이름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정서가 듬뿍 담긴 귀엽고 예쁜 이름으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태화초등학교장·녹색지기단 단장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