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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여자가 헌혈이야?. 여자가 공모전에서 상이라도 타봐. 그럼 남학생들 전부 난리난다니까" "대가리 굳은 학생이 한번 대답해 봐".
 울산지역 한 대학 학생들이 교수의 여성 혐오와 성차별, 인격비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판단, 수업거부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산업융합디자인과 1·2학년 과대표는 지난 19일 학교에 A 교수의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학생 의견서'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냈다.
 학생들은 진정서를 통해 A교수가 여학생에 대한 적절치 못한 언행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성차별적 발언을 수시로 하며 여학생의 신상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등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A교수의 인격 모독 및 비하 발언을 비판했다. 학생들은 A 교수가 특정 학생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회사에서 짤렸지. 왜 짤렸는지 알겠다", "대가리 굳은 학생이 대답해 봐"라거나, 살집이 있는 학생에게는 "너는 저팔계야"라는 식의 인격 비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 학생들은 A교수가 강의 시간을 수업과 관련없는 사담으로 채우고 강의 내용도 학문적인 방향성을 찾아볼 수 없어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전달받은 학과장은 1·2학년 과대표와의 면담을 갖고 진정서를 교학처로 전달했다.
 이후 교학처는 20일 해당 교수의 사과를 이끌어냈으나, 학생들은 '진정성 없는 면피성 사과에 불과하다'며 향후 해당 교수의 수업을 거부할 계획이다.
 학교와 A교수의 재발방지 약속, 제보자 보호 등 조치 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학 2학년 과대표 오 모씨는 "A 교수는 4~5년 전 성차별적 발언 등으로 휴직한 전력이 있는 문제적 인물로 지난해에도 이와 관련 학교에 지속적으로 항의 및 대책을 요청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유야무야됐다"면서 "이번에도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로 밖에 보이지 않아, 1학년 58명, 2학년 40명 학과생들의 절반이 해당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학생들의 문제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치하는지에 따라 향후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이 사안에 대해 학교 차원의 엄밀한 진상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한국폴리텍 법인에 보고를 했으며 향후 필요한 모든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학교는 학장 공석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박 모 학장이 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1월 초 직위해제된 후 학장없는 입학식을 치르는 등 현재까지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 3월 15일 공모를 실시한 것을 감안할 때 4월 중순까지는 공석이 불가피하다. 
 한국폴리텍대 학장 임명은 학교법인 이사장이 갖고 있으며, 특별히 8개 권역 대학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장직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어 최근 대규모 공석 상태를 초래했다는 것이 폴리텍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폴리텍대학 학장은 지역 유지, 국회의원 관계자 등이 소위 낙하산으로 내려와 경력 관리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최근 마무리된 공모에 비전문가나 정당인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학 내에서는 "산업경쟁력강화는 물론 절박한 위기상황의 고용절벽에 직면한 청년실업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의 해결기관으로서 울산의 산업적 특성에 맞는 인선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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